산 정상에서 이영 아녜스 / 수필가 거친 물줄기 정수리로 먼저 받고, 사나운 바람 달래 아래로 보내고, 억센 햇빛일랑 걸러 그늘을 만드느라 산꼭대기엔 물도 나무도 없이 바위만 커다랗습니다. 풀 한포기 넉넉하게 자라질 못하는 것이 마치 가진 모든 것 내게 다 주고 텅 비어있는 아버지 주머니 같아 남들은 호연지기라지만 난 그저 미안코, 쓸쓸코, 애틋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