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구원 은총’은, 지금 이 땅 위에서 고통 속에 땀 흘리며 수고로이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은총을 인식하고 온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기적의 힘을 발휘합니다.
‘하늘’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초월의 공간이며 구원받은 삶이 이루어지는 구원론적 공간입니다. 하늘에서는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한가운데에 계시고 천사와 성인들이 그분을 향해 둘러서서 찬양하며 천상 전례를 거행합니다(묵시 4,2-8 참조).
수고로운 지상의 삶을 사는 우리는 이 땅 위에서 성찬 전례를 거행할 때에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그리스도의 성체를 향해 둘러서서 찬양하며 성체를 모시고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이가 한 몸이 됩니다.
천상 전례의 어린양과 지상 전례의 성체는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땅에서 성찬 전례를 거행할 때에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와 성인들과 함께 둘러서서 같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며, 성체라는 동일한 축으로 천상 전례와 지상 전례는 하나로 결합합니다(전례헌장 8항 참조).
그러므로 성체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부터 이미 천상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는, 천상 은총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하느님이시며 은총의 근원인 동시에 열쇠인 성체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심으로써 비로소 완성된 파스카 신비의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