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4호 2022년 2월 27일
가톨릭부산
배려(配慮)
배려(配慮)

 
 
원성현 스테파노 / 부곡성당
부산가톨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40대 초반에 얻은 고혈압과 50대 중반에 얻은 당뇨를 더 늦기 전에 다스려볼 심산으로 온천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을 하루 10km 정도씩 1년 가까이 타니 체중, 혈압 및 혈당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건강해졌음을 확실히 느낀다. 요즘은 한의사 친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루 5km 정도씩 온천천의 산책로를 꾸준히 걷고 있노라니 건강은 고려하지 않고 그동안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든다.
 
   자전거를 타다 보니 평소 보행자였을 때는 몰랐던 사실,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는 보행자 길과 자전거 길을 무심코 넘나드는 보행자들이 큰 위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로 걷는 보행자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멈추면 사고를 피할 수 있지만 바퀴로 가는 자전거는 오히려 멈췄을 때 사고 가능성이 훨씬 높고, 보행자가 보행자 길로 가다가 자전거 길로 들어설 때는 반드시 앞뒤를 살펴야 하지만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보지 않고 들어서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사람은 당황하여 급히 멈추면서 사고가 유발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보행자 입장에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맞은편에서 2~3명이 함께 걸어올 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산책로는 2명 정도가 교행 가능하게 좁게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상대편에서 여러 명이 평행으로 걸어오면 내가 산책로를 이탈해서 자전거 길로 들어서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 대화하며 나란히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일시적으로 양보해야 마땅한데도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려’에 대해 생각해봤다. ‘도와주거나 마음을 씀’이라는 따뜻한 말이긴 하지만 막상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각자의 영역과 자신의 길을 잘 지키는 것’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비단 교회에서뿐 아니라 가정, 직장, 학교, 동호회 등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공동체에서 살아갈 때도 자신의 생각만으로 상대에게 뭔가를 해주려하기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영역과 자신에게 정해진 길을 잘 지키면 불필요한 갈등이 없을 것이고, 서로 편안해지리라는 생각이다. 이제 새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캠퍼스로 돌아오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봐야겠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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