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분량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 5)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어쩌다 목수 흉내를 내며 살게 되었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한 8년 쯤 되었으니까 삶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 머릿속에 있던 가구 하나가 내 손을 거쳐 실재가 되는 것, 그래서 세상 어딘가의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 생겨난다.
책장을 하나 짠다고 하면 가로판, 세로판, 뒤판, 중간판을 재단하고 못이나 목공본드, 혹은 둘 다로 결합하게 된다. 사실 이들 각 부재는 스스로 별 힘이 없다. 무거운 책을 지탱하기에는 턱없는 재료들이다. 나사못을 하나 박아도 그리 튼튼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각 부재들이 서로 결합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힘이 생겨난다. 조립과정에서 점점 힘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못이나 철물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견딜 수 있는 힘이 비례해서 커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못이나 부재가‘어디를 향하여 있고’, 또‘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가?’이다.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는 청은 사도들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구에 닥칠“사람의 아들의 날”(루카 17, 22)을 염두에 두면 턱없이 부족한 자신들의 역량이 그런 불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믿음을 더하기 위한 표징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한 사회가 지탱되는 것은 자그마한 신뢰들이 모이고 결합되어 생겨나는 힘 때문이다. 강력한 무엇인가를 동원하거나-부재의 두께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과도하게 큰 사이즈의 못을 들이대거나 - 잘못된 곳에 사회적 역량을 낭비하거나 - 엉뚱한 곳에 박힌 못은 사용자를 다치게 한다 - 하찮다고 여기는 것들을 무시하거나 - 책장의 뒤판은 아무리 얇아도 꼭 있어야 되는 부재이다 - 하여 결합된 사회는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고 만다.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 통합의 자그만 못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