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문화들(3) - 난 괜찮아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난 거기 있지 않았어.
그래서 난 괜찮아.
난 그 배에 타고 있지 않았어.
그래서 난 괜찮아.
난 위험한 그 동네에 살고 있지 않아.
하느님 감사하게도
난 괜찮아.
오늘도 드라마는 재미있고
심심한 저녁
치킨집 전화번호를 찾으며
내가 가진 38평 크기의
안전과 평화를 누릴 수 있어서
난 괜찮아.
내가 괜찮을 때까진
난 괜찮아.
남들의 괜찮지 않음을 고려할 만큼
나에겐 능력도 없고
그래서 책임도 없으니
나로서는 나의 괜찮음이
그저 고마울 뿐.
들여다볼 만큼 한가롭지도 않고
따져 물을 만큼 편협하지 않은 나는
불편부당한 사람이고
세상은 나로 인해
털끝만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그저 열심히 사는 사람.
그래서 나도 괜찮은 사람.
괜찮을 때까진 괜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