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틀 포레스트’ - 네 숲에 노란 봄이 오고 있냐고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들이 모여모여 숲을 이룬다. 혹독한 겨울을 잘 이겨낸 나무는 연둣빛 봄을 맞이하고 초록빛 여름을 즐긴다. 여전히 흔들리는 나무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쓰러졌다가 죽기도 한다. 다양한 나무들은 울창한 숲을 이루며 사계절을 순환한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회초년생 혜원이는 흔들리는 나무다. 추운 겨울 눈길을 따라 도시의 숲에서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먼지가 쌓이고 온기가 없는 빈집. 반겨줄 엄마도 없다. 깜깜한 밤 그녀는 옹송그리고 앉아 꽁꽁 언 땅에서 눈에 덮인 봄동을 캔다. 인스턴트로 끼니를 해결했던 날들과 달리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자신이 먹을 배춧국을 끓인다. 된장국 냄새가 방안에 가득하다. 겨울나무에 찰박찰박 봄물이 들이찬다. 따습다. 살 것 같다. 혜원이는 그렇게 어린나무를 심고 물을 듬뿍 준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를 우리의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하여 청춘들에게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혜원이가 작은 숲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사계절을 통해 산들바람처럼 보여준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자연을 마주하며 사유하라고 한다. 해답을 찾는 그녀의 곁엔 친구들이 있고, 엄마와 깨물던 토마토는 좋은 땅에서 빨갛게 자란다. 계절마다 먹었던 엄마의 음식과 이야기에 대한 기억은 혜원이가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토마토로 영그는 자양분이 된다. 그녀의 작은 숲이다.
혜원이는 고추장을 푼 얼큰 수제비로 몸을 녹이고, 달달한 배추전을 씹으며 겨울 숲을 둘러본다.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돌보지 않은 자신의 숲에 쑥쑥 자란 잡초를 뽑고, 꽃잎을 얹은 파스타와 바삭하게 튀긴 쑥 튀김을 건네며 사람들에게 묻는다. 네 숲에 노란 봄이 오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