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니와 준하’ - 마음을 열어야 사랑이 피어난다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여름 마당에 물소리가 들린다. 젖은 돌멩이 위에 달팽이도 보이고 나뭇잎이 살랑인다. 수채화 붓터치가 초록 풍경을 싱그럽게 만들어낸다. 소년은 나무 위에 걸린 모자에 돌멩이를 던지지만, 모자는 꿈쩍도 안 한다. 그때 잠자리채를 든 소녀가 나뭇가지에 앉은 모자를 내려주고 동생이랑 뛰어간다.
시나리오 작가 준하는 그렇게 애니메이터 와니를 처음 만났고, 지금은 같이 지낸다. 와니와 이복동생 영민의 사랑이 시작될 즈음 영민은 유학을 떠났다. 영민이 곧 돌아올 거라는 전화는 평온한 와니의 일상을 흔든다. 영민을 짝사랑했던 소양이 찾아오고 와니의 건조한 표정을 준하가 읽는다.
와니의 마음은 지금과 기억 너머의 멈춰진 사랑. 그 어디쯤에 있는 걸까.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시작과 끝을 수채화풍의 애니메이션으로 풀어 놓아 마치 둘은 순정 만화책에서 나온 것 같다. 와니가 맑고 담백하다면, 준하는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들의 동거는 달팽이처럼 느리고 조용하다. 여름날 자주 내리는 비는 그들을 적셨다가 햇살에 마른빨래처럼 정갈하게 한다.
감독은 갈등과 절정을 소란스럽지 않게 화면에 내려놓고 행간을 읽으라고 한다. 영민이 시계태엽을 한 시간 빠르게 돌려놓는 것은 빨리 크고 싶은 거라고. 그들의 사랑은 매 순간을 살게 하는 공기 같은 거라고. 같이 살면서 키우는 사랑을 찡그리지 말고 그냥 바라봐 달라고.
서로 알아가려면 눈을 보고 찬찬히 마음을 열어야 사랑이 피어난다. 화면을 물기로 적시며 마음의 번짐으로 온 인연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