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0호 2026년 6월 7일
가톨릭부산
‘환영은 세상의 소금이니’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교구’




최수련 안토니아

달맞이성당 · 2011 마드리드WYD 참가자


   얼핏 보면 어색한 문장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10,000km를 건너온 마흔다섯 명의 한국 청년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첫인사이자, 설렌 마음이다.


   2011년 8월, 스페인 그라나다주 캄포테하르에서 만난 나의 스페인 가족은 50대 부부였다. 스페인 엄마는 신기하게도 내 세례명과 같은 안토니오, 아빠는 후안. 캄포테하르에서 보낸 5일의 교구대회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다. 국적 불문! 자매님들의 사교성은 어딜가나 무이 비엔~ (최고 좋아!) 수다는 필수~ 한국 비빔면은 선택! 식사 시간마다 웃으며 수많은(?) 대화를 나눴고 같이 홈스테이를 온 미국 청년들과 스페인 교우들까지 세 나라의 언어로 봉헌한 미사는 잊지 못할 축복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참 이상했다. 사회생활 n년차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지만 WYD에서 만난 이들과의 인간관계는 달랐다. 셈을 매길 수 없는 <0 X 0 = 사랑>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더운 여름, 한 조에 주어진 1.5리터짜리 생수를 하루 동안 8명이 아끼며 나눠 마셔도 행복했고, 조금 손해 보고, 쓰러질 듯 힘들고, 덜 가져도 우리는 행복했다. 캄포테하르의 교우들 역시나 낯선 땅, 낯선 이들이지만 하느님의 울타리 안에서는 언어도 생김새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느님을 만나는 특별한 씨에스타

   또 하나, 스페인 홈스테이의 소중한 시간은 바로 씨에스타(siesta)였다. 홈스테이 기간 내내 떠들고 즐기다가도 씨에스타만 되면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누군가는 낮잠의 시간이라고 하겠지만 낯선 땅에서 마주한 씨에스타는 나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2층 창문 밖 낯선 캄포테아르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느님... 이번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제가 어떤 걸 깨닫게 될까요? ’ ‘주님, 어떤 분이시기에 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과 기쁨의 시간을 주시나요? ’ ‘사는 데에 별것 없는데... 이렇게 웃고 서로 나누면 되는데 저는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 ’ 끝없이 하느님과 대화하며 감사의 마음이 흐르는 복된 시간이었다. 


   누구나 걸어온 인생, 걸어갈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걸어온 그 시절, 한 발, 한 발 잘 내디딜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준 그 분, 자비의 하느님을 만난 곳이 바로 스페인 세계청년대회였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곧 2027년 7월, 자비의 하느님께서 수많은 천사들을 우리 곁에 머물도록 선물하신다. 그들과의 만남 속에 사랑을 나누고 하느님을 만나기를!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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