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6호 2018년 2월 18일
가톨릭부산
부활 여행

부활 여행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 언론인 fogtak@naver.com
 

  얼마 전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언제나 설렙니다. 여행 중에 길을 잃어 헤매기도 하고 여권을 잃어버리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여행에서 겪은 어려움은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 되어 남았습니다. 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합니다. 여행의 설렘처럼 우리 인생도 누군가의 축복과 설렘 속에서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쁜 일, 궂은 일들을 겪으며 한발 한발 걷다 보면 일정이 끝나는 여행처럼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죽음을 통해 끝이 날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세상의 마지막 즈음에 인생이라는 여행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행과 인생이 다른 점도 있습니다. 여행은 집으로 돌아갈 날을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 여정은 주님의 부르심이 있어야 끝이 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인 만큼 주님이 부르실 때까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의미 있게 지내는 게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라도 직접 눈으로 본 풍경과 같을 수 없듯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겪으며 살아낸 인생이어야 마지막에 돌이켜볼 때 진정으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삶을 몸소 사시고 고통과 부활을 직접 겪으셨듯이 말입니다.

  명절 때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고향, 조상과 같은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바쁜 일상을 살던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억하며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 명절의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사순과 부활은 우리의 근원을 생각하고 돌아갈 곳을 기억하는 수구초심의 시간 아닐까요? 인생의 여정이 우리가 처음 왔던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 끝나는 것임을 깨닫고 세상일에 가려졌던 인생의 방향을 다시 하느님께로 되돌리는 회개의 시간이니까 말입니다. 또, 힘들고 어려운 일도 직접 겪으며 살아내야 하는 인생을 마치 사진을 구경하듯 편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십자가를 피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사순 시기, 세상의 것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며 희생과 고통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어야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순 시기는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여행을 떠나는 가슴 설레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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