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6호 2018년 4월 29일
가톨릭부산
감물에서 온 편지 - 농부의 시간

농부의 시간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관장 jhkim7291@gmail.com
 

  확실히 그러합니다.“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코헬 3,2)가 있습니다. 이 때와 시를 가늠하지 못하여 낭패를 보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농담할 때와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가려내지 못할 경우 참 속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아무리 옳은 것도 그때를 맞이하지 못하면 낯선 것이 되고 맙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한 듯하면서 다른 농부의 시간도 있습니다. 이 농부의 시간은 결코 그 흔한 시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시계가 가리키는 기계적인 시간을 때론 거슬러서야 비로소 자연에 포근히 기댄 농부의 시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농부는 아침 눈을 뜨고, 또 저녁 어둠이 깔리는 하늘을 연신 올려다봅니다. 이는 마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조과만과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렇게 농부들은 비록 직접적으로 하느님을 섬기지는 않더라도 자연의 시간을 신앙의 시간에 맞춰갑니다. 도시의 시간으로는 아주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해가 지는 것에 맞춰 이른 저녁 고단한 몸을 누이는 농부에게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의 삶은 도대체 맞지 않습니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의 시간이 참된 것이기에 이를 거슬러 억지로 시간을 늘리거나 멈추게 하려고 꿈꾸지 않습니다. 물론 서글픈 시간의 잔상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짙은 밤 길게 늘어선 비닐하우스에는 어둠을 깨고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잎만을 가능한 한 계속 생산하기 위해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들깨에 어두운 밤에도 빛을 비춰 시간이 흐르지 않고 아직도 낮이라는 착각하게 해서 잎만을 계속 키우게 하려고 오늘밤도 깻잎 비닐하우스는 처연하게 밝습니다. 과연 지금은 우리가 기대어 구원에 이를 하느님의 참된 시간을 다시 가늠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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