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05호 2020년 7월 12일
가톨릭부산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

성지민 그라시아 / 노동사목

 

 올해 상반기,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로 본당미사뿐만 아니라 일 또한 멈췄습니다. 그리고 2월 말부터 중단되었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세 달이 걸렸습니다.
 

 모든 활동이 멈춰버린 까닭에 출근길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평일, 지하철 텅 빈 객차에 앉아서 하는 출근은 낯설었습니다. 이후 자가용을 타고 교통체증이 없는 도로를 달리며 스스로 이제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떼어도 되는 걸까, 하는 무서운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이리저리 가방에 치이며 몸을 구기고 올랐던 지하철에 학생들과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대면 활동, 전염성 강한 코로나19는 사람과의 거리를 넓히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온라인 회의와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의 거리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연차휴가를 사용하고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무급휴직으로, 점점 길어지는 휴직에는 해고라는 사회적 타살이 이루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늘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모두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영향은 택배·집배노동자들의 업무 과중으로 나타났고 과로사로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어느 외국에서는 주문량이 늘어나면 물품의 가격이 비싸진다고 합니다. 재고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배송 물량만큼 노동자의 팁이 늘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격이 올라도 주문폭주가 계속되자 정부가 배송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 강제 휴무를 명령했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란 이런 것 같습니다.
 

 위의 사례를 보면서 모두가 잠시 불편해 질 수도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자라는 문구를 선전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몇 분이나 당연하게 그래, 쉬자.’ 라고 답하실 수 있으실까요?
 

 멈춰버린 듯 보이지만 일상은 유지되었습니다. 모든 노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구는 중요한 일을 하고 누구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당신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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