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4호 2016년 5월 29일
가톨릭부산
주일학교 단상(斷想)

주일학교 단상(斷想)

전영주 바오로 / 교구평협 홍보분과위원장 libys@hanmail.net

  한참 어릴 때의 일이다.
  개구쟁이처럼 천방지축으로 골목을 누비며 뛰어놀던 어린아이에게 주일학교에 가는 일은 정말 큰 기쁨이었다. 같은 학년의 친구들과 성경 말씀과 연관된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구약성경을 만화책으로 엮은 교재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가 있었다. 천지창조, 아담과 하와, 노아의 방주, 모세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 등을 몇 번이나 읽으며 아주 작은 신앙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었다. 또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언제나 웃으면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고, 성탄절이면 여러 장기자랑과 어설픈 성극(聖劇)을 하면서도 내가 성경의 주인공이 된 듯 뿌듯함이 있었다.
  또 학교 선생님과는 달리 정겹고, 넉넉하고, 항상 눈높이를 맞춰주던 주일학교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주일학교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형님, 동생 하는 아주 돈독한 형제의 연(緣)으로 계속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고 어린 자녀들이 어느덧 청년이 된 것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연스레 지난날의 주일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성당 마당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뛰놀고, 방학이면 여름성경학교에 참가하여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예수님과 만나기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했던 추억들이 아련하다.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껏 큰 감응 없이 의례적인 신앙생활을 하여왔다. 너무나 익숙하였기에 감사함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교만함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주일학교를 비롯한 어린 시절의 종교교육이 밑바탕으로 깔려있기에, 부족하지만 신앙인으로서 지금의 내가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참 신앙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아침, 저녁기도를 드리고, 언제나 자식들을 위해‘자녀를 위한 기도’를 큰소리로 바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지금도 하늘나라 성모님 곁에서 장성한 자식과 손주를 위해 기도해 주고 계실 것이다.
  세태가 변하고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우리 자식의 신앙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하는 반성을 해 본다.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반추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매사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껏 주님께로부터 받은 은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것이고 우리 자식들에게는 신앙의 모범이자 유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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