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78호 2016년 4월 17일
가톨릭부산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fogtak@naver.com

  그 많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벚꽃 말입니다. 가녀린 꽃잎들이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봄비에 이내 흰 꽃비로 흩어졌습니다. 벚꽃이 핀 자리는 꿈같은 아름다움이 가득했는데 꽃인 진 가지에는 기약 없는 슬픔이 맺힌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하얗게 흩어진 벚꽃엔딩에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습니다. 꽃이 지는 걸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속절없이 흘러가는 인생을 누가 붙잡을 수 있을까요?
  새로 나온 대중가요 중에 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을 시기하는 노래가 있습니다.“봄이 그렇게도 좋디,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정겨운 멜로디에 귀여운 질투가 들어간 가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가요 가사이긴 하지만 봄을 즐기거나 연애를 하기에 힘든 청년들이 많은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은 같은 봄이지만 입장에 따라 다른 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봄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모친은 최근 동료 신자들과 어떻게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누구는 자연에서, 누구는 자기 마음에서 하느님을 느낀다며 서로 의견이 달랐다고 합니다. 또 아직 반항기가 가시지 않은 제 막내딸은 자신은 아직 하느님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부모가 종교를 강요하는 것 같다며 속을 뒤집을 때도 있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느님은 내가 믿는다고 있고 안 믿는다고 없는 분이 아닙니다. 내가 느끼는 방식대로 존재하시는 분도 아닙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계십니다. 다만 우리가 하느님 품 안에서 꽃처럼 잠시 피었다 질 뿐 입니다.
  대체로 겨울은 고난을, 봄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봄도 언젠간 지나가고 겨울은 다시 옵니다. 얼마 전 주보에“시련은 내가 지쳤다고 그치는 게 아니다. 고난은 내가 쓰러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는 글을 보고 마음이 잠시 멎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의 고통과 희망조차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느님의 섭리 안에 최선을 다하면 꽃처럼 예쁘게 살다 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느님 보시기에 나는 예쁜 꽃일까요? 가라지일까요? 인생의 가을쯤을 지나는 나는 결국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생각은 흔들리는데 봄볕이 따뜻합니다. 알 수 없는 질문에 매달리기보다 지금은 은퇴하신 학창시절 주임신부님을 찾아뵈려 합니다. 신부님은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계실까요?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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