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1호 2014년 9월 14일
가톨릭부산
내민 손에 담아준 당신의 빛

내민 손에 담아준 당신의 빛

윤미순 데레사 / 수필가 jinyn5020@hanmail.net

십자가 세로 막대 같은 광화문 대로에서 연신 눌러댄 카메라 렌즈에 수많은 손들이 찍혀 있다. 교황님께서 지나가실 때 수많은 신자들이 높이 내밀었던 손들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손들 하나하나가 횃불의 형상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크고 작은 사건들의 경험을 언어로 고르자면 망연자실, 멍함, 상실감, 서글픔, 패배감, 무력감 등이었다.

직장에서의 일이다. 동료들과 저녁에 돈가스를 시켜먹고 몇 조각 남긴 채 신문지에 그릇째 둘둘 말아 밖에 놔두었는데 아침에 식당 주인이 그릇을 왜 안 내놓았느냐며 찾으러 들어왔다. 선생님들이 분명히 내놓았다고 하자 주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음식물을 남긴 채 내놓으면 종종 노숙자들이 그릇째 가지고 간다는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화단 옆에 놔두라며 당부하고 갔다. 순간, 소외된 사람들의 양식은 그렇게도 채워진다는 서글픔이 감돌았다. 전 같으면 그저 그런가 했을텐데 모두 아무 말 없이 뒤돌아서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조금만 감정을 건드리면 시도 때도 없이 서글픔이 밀려오고 눈물이 났다.‘속절없는 시간이다’생각하던 이 시기의 암울함 속에서 뼛속까지 비추는 밝은 빛을 보았다.

교황의 권위에서 스스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걸어 나오시며 그들 가운데서 가장 보잘것없고 피폐한 이의 손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잡아주시며 눈을 맞춰주시는 진정한 위로의 눈빛. 그 빛은 온 세상을 비추고, 깊은 바닷속보다 더 보이지 않는 어두운 우리 마음 밑바닥까지 비추는 것 같았다. 상처 난 영혼을 치료해주는 위로가 모두를 훑고 고요히 지나갔다.

가만히 수많은 사람들이 쳐든 손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마치 보이지 않는 횃불을 손에 쥐고 있는 것 같다. 멍들고 지친 가슴을 밝혀줄 맑고 투명한 샘물과도 같은 환한 빛. 질곡과도 같은 어두움 속 벼랑 끝에 서본 사람만이 강하게 나를 비추시는 하느님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사랑은 절망을 부여잡고 불타오르며 빛은 어둠을 뚫는 간절함으로 세상을 이겨낸다.

가끔 십자가를 바라보며 내가 어찌 여기 있는가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바로 시편의 구절이 뒤따라와 가만히 쓰다듬는다.

“제가 새벽놀의 날개를 달아
바다 맨 끝에 자리 잡는다 해도
거기에서도 당신 손이 저를 이끄시고
당신 오른손이 저를 붙잡으십니다.”
(시편 139, 9∼10)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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