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4호 2013년 7월 14일
가톨릭부산
천국 모의고사

천국 모의고사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시사정보팀장 estak@busanmbc.co.kr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긴장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학생은 성적으로, 직장인은 실적으로, 정치인은 투표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들로부터도 인성 등에 대해서는 평을 듣게 마련입니다. 숱하게 겪게 되는 평가 중에서 가장 큰 평가는 생을 마치고 난 뒤 하느님께서 내리는 평가일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나 직장상사가 내리는 평가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정작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평가에는 소홀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주객이 바뀌어서 사람이 하느님을 평가하는 오만함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뒤처지지 않으려 바쁘게 살다 보니 문득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곳이 이정표 없는 광야인 것 같은 불안함입니다. 여기에다 나이 들면서 더욱 세진 고집과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죄의 합리화로 잘못된 길을 너무 많이 걸어온 것 같은 두려움도 있습니다. 미래의 불안을 핑계로 세상의 것을 필요보다 많이 움켜쥐려 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 이렇게 불안할 땐 내 인생의 어디쯤을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하느님께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치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학습수준과 출제방향을 점검하듯 더 늦기 전에 내 인생의 중간점검 같은 걸 받아보고 싶습니다. 천국 가기 위한 모의고사라고나 할까요.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듯 내 인생에 대한 하느님의 평가는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습니다. 어느 철학자는 ‘신 앞에선 모두 단독자’라고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의 답은 하느님께 직접 여쭤보는 게 정석입니다.

휴가철입니다. 일상에 지친 자신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찾아서는 굳이 길을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돈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숨을 가다듬고 마음을 모으면 됩니다. 하느님은 멀리 있지 않고 늘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세상의 소리를 내려놓기만 하면 때론 시원한 바람처럼, 때론 심해의 물결처럼 말을 걸어주십니다. 그렇게 하느님과 홀로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혹시 압니까? 친해진 하느님께서 천국가는 특별과외라도 해 주실지 말입니다.

누룩

제2233호
2013년 9월 8일
가톨릭부산
제2233호
2013년 9월 8일
가톨릭부산
제2231호
2013년 8월 25일
가톨릭부산
제2230호
2013년 8월 18일
가톨릭부산
제2229호
2013년 8월 15일
가톨릭부산
제2228호
2013년 8월 11일
가톨릭부산
제2227호
2013년 8월 4일
가톨릭부산
제2226호
2013년 7월 28일
가톨릭부산
제2225호
2013년 7월 21일
가톨릭부산
제2224호
2013년 7월 14일
가톨릭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