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7호 2010년 11월 21일
가톨릭부산
까치 보듬기까지

까치 보듬기까지


강 문 석 제노

을씨년스러운 겨울비가 흩뿌리던 날 새벽, 어둠이 덜 걷힌 전주 위의 둥지를 빠져 나온 한 마리의 까치가 비에 젖은 날개를 펴고 비상하려다가 천둥번개와도 같은 섬광과 굉음을 한 차례 일으켰다. 그러고 나서 그 일대는 곧 암흑과 적막에 휩싸이고 말았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시흥역 구내에서 까치가 특별고압전력선에 접촉하여 일어난 사고였다. 대학수능시험이 있던 날에 일어난 이 정전사고는 서울로 가는 열차의 운행을 3시간 넘게 마비시켰고 수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이 시험을 치루지 못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비명횡사한 까치도 제대로 눈을 감진 못했겠지만 그 사고가 불러온 파장 또한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늘 그래 왔듯 무더기 지각사태로 수능시험에 준 충격이 컸던 만큼 방송이나 신문의 호들갑도 도를 넘었다. 당시 국내 최고의 조류전문가로 알려진 Y교수가 TV에 나와서, 까치는 절대 야밤에 활동하지 않는다는 오진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까치는 왜 하필이면 위험한 특별고압선이 설치된 전주 위에다 집을 짓게 되었을까. 그것은 우리 인간들이 산을 깎고 제방 둑을 허물고 자연부락을 해체하면서 그들이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미루나무나 감나무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인간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빼앗긴 까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장소가 지금의 전주 위가 될 줄을…. 궁여지책으로 전력회사는 ‘까치와의 전쟁’까지 선포했지만 정작 까치들은 세상만물 지으신 창조주의 섭리라도 믿었던지 별로 동요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전주 위에 집을 짓거나 살면서 까치가 일으키는 사고는 전체 정전사고의 4할을 넘었다. 까치가 전주에 집을 짓는 것이 위험한 것은 재래식 건축자재인 나뭇가지가 귀해지자 철근 토막 등 전기도체를 사용하여 품앗이형식으로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짓다가 살아있는 전력선에 접촉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골치를 앓던 전주 위의 까치집은 의외로 쉬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전력회사에서 그들을 보듬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까치에게서 적의를 거두고 연민의 정으로 공존공생을 천명했던 것. 까치가 집을 짓더라도 정전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덜한 전주는 전력선의 노출 부위를 최대한 감싸서 그들이 안전하게 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하게 된 것이다. 이제 까치들은 마음 놓고 태평성대를 누려도 좋을 것 같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이 땅에서 안락과 평화를 구가하다 보면 흥부네 집에 제비가 물어다 준 박 씨 이야기에 감동받은 마음씨 착한 까치들이 진귀한 선물보따리를 챙겨서 예의 그 폴짝 걸음으로 전력회사를 찾는 날이 있을는지를. 수필가, supilin@naver.com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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