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5호 2009년 3월 22일
가톨릭부산
장기 기증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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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아우구스티노 (소설가 / 은빛 문화 사목 지원단장) lww54@lycos.co.kr 

노인 학교에 나가서 학생들에게 묻는 게 습관이었다. 장기 기증 등록을 한 사람 있느냐고. 대개는 실망이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숫자여서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것. 그러나 이제 다르다. 김수환 추기경이 여든을 훨씬 넘겨서 선종한 뒤 생전의 뜻대로 각막을 기증하여, 70대의 두 환자가 광명을 되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일이 있은 뒤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마음 한몸 운동 본부' 등에 전화 문의가 쇄도한단다. 

유서를 미리 쓴다 치자. 만약 그가 현명하다면 장기 기증에 대한 ‘절차’와 내용도 당연히 포함시켜 둔다. 뇌사 상태에 빠졌을 경우, 필요한 모든 장기가 그걸 기다리는 다른 사람에게 즉시 이식해야 한다고 적는다. 물론 자연사를 해서 다른 장기는 필요 없다 해도, 각막만은 6시간 내에 이식이 가능하단 얘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 유서로써 일찌감치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둔다. 

물론 나 자신도 처음엔, 신체발부가 어쩌고 하면서 사후에라도 신체를 훼손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하나 지금은 다르다. 아니 등록 자체로써 위안을 얻는다. 모든 등록자가 그러는 것처럼 자신도 항상 지갑 안에 ‘장기 기증 등록증’을 넣고 다닌다. 어느덧 등록 후 4년이 훨씬 지났다. 너무나 아팠던 두어 해 전에, 장기 기증 등록증을 매만지며 이런 기도도 해 보았다. 주님, 절묘한 시점에서 저를 뇌사 상태에 빠져들게 하여 주소서. 누군가를 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주님은 죄인에게 도로 건강을 돌려 주셨다. 그리고 노인 학교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셨다. 그 노래는 노인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덜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끔은 생명(건강)의 소중함과 어쩌면 그와 반대되는 개념일지 모르는 ‘장기 기증’을 들먹여야 한다. 난감하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다. 장기 기증 등록을 한 사람일수록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묵상할 있다. 장기 기증 등록자들에게 물어보라. 모두가 그걸 주님의 은총으로 여기리라.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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