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5호 2026년 7월 12일
가톨릭부산
나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눈물이 되지 않기를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JPIC분과위원장


   평년 기온을 훌쩍 웃도는 32도의 비정상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6월 27일(토), ‘신규 핵발전소 저지’를 위한 천주교 거리 미사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과 종교계, 노동계, 시민사회 단체들이 함께한 대규모 결의대회와 행진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펼쳐졌습니다. 이글거리는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탓에 얼굴에는 심한 열감이 올라 밤새 고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함께한 수많은 연대 시민들 역시도 얼굴은 화끈거리고 몸은 지쳤을지라도, 연대를 향한 한마음으로 행진을 가득 채우며 내디뎠던 발걸음은 그날의 폭염보다도 더 뜨겁고 값진 기억으로 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북 영덕군을 대형 핵발전소(원전)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소형모듈원전(SMR) 부지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33번째, 34번째 대형 원전 두 기가 영덕군에,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 운전이나 대량 양산에 성공한 사례가 없어 안정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은 부산 기장군으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형 원전이 밀집한 지역인 부산, 울산, 경주를 잇는 동해안 일대를 떠올리면, 이 작은 한반도에 원전을 계속 늘려가는 것이 과연 기후 위기 시대의 해법인지, 그리고 지역 주민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국책 사업이라는 명분 앞에서, 특정 지역의 시민들과 생태계는 또다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 시간을 견뎌야 하거나, 오랜 삶의 터전인 고향을 끝내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또다시, 그들의 고통과 희생을 밟고 성장 신화의 역사를 써 내려가려는 이 시대의 반복되는 폭력이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기도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 성장 신화에 열광한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 신앙인은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편리와 안락함이 누군가의 눈물과 고통을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잠시 멈춰서서 예수님의 눈길로 이 황폐해진 세상을 다시 바라보아야 합니다.


   내 삶의 자리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아픈 현장들은 우리 곁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위험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미래 세대에 떠넘겨야 할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돌아올 이익이 더 커 보여서, 그들의 희생을 자칫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우리는 어느새 창조 세계의 연결성에서 슬쩍 비켜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어주신 그 본래의 아름다운 의식과 마음으로 창조 때의 세상을 돌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이웃을 돌보는 교회, 그 한가운데에서 우리의 생태적 회심이 이 세상을 밝히는 큰 등불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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