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9호 2026년 10월 4일
가톨릭부산
오륜대 순교자 성지 조성과 봉헌에 감사드리며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부산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그토록 기도하고, 희망하고, 정성을 다한 ‘오륜대순교자성지’가 드디어 조성되어 성지 성당을 주님께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9월 2일 기공식 이후 만 3년이라는 대장정의 길을 기도로 걸어온 은총의 열매입니다.   


   사랑이신 우리 주님께 찬미드리며,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산교구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과 도움을 주신 타 교구의 형제자매 교우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천주교회 역사상 가장 참혹했고,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병인박해 시기(1866년~1873년)인 1868년(무진년) 양력 9월 19일, 부산 수영 장대에서 8분이 장엄하게 순교하셨습니다. 복자 이정식 요한과 복자 양재현 마르티노, 그리고 6명의 교우들(이월주, 박소사, 이관복, 이삼근, 차장득, 옥소사) 총 8분이 순교하였습니다. 순교 100주년이 되는 1968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고 그분들을 현양하기 위해 오륜대에 수녀원 분원을 설립하여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1977년 순교복자 26위(1984년 시성되심)의 유해를 모신 ‘순교자 성당’을 건립하였고, ‘부산순교자 묘소’를 조성하였습니다. 1982년에는 ‘한국순교자기념관’을 개관해서 성지의 기틀을 마련했고, 2009년 1월, 1종 박물관인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으로 등록하여 전국 각지에서 발굴, 수집하고 기증받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전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2002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추진을 결정하고, 그 순교자들 가운데 우리 교구의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순교자 두 분이 포함됨에 따라 우리 교구가 두 분의 복자를 모시게 될 ‘은총의 기회’를 맞이하였습니다. 부산교구는 성지를 교구가 맡아 순교자 현양의 중심으로 삼고자 하는 원의를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전하였고, 수녀회가 대의적으로 이를 수용함에 따라 2013년 10월 교구 사제를 성지 담당 신부로 파견하였습니다. 이 기회에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다음 해인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셔서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순교자를 포함한 124위 순교자를 시복하셨습니다. 두 분의 복자와 여섯 분의 순교자 묘소와 성지 내에 박물관이 있는 오륜대순교자성지는 부산교구 교우들만이 아니라 전국 각 교구의 많은 교우들이 찾는 순례의 장소, 기도와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순교자 묘소, 순교자 성당, 그리고 순교자 박물관은 오륜대순교자성지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하지만 성전과 박물관을 포함한 건물들의 노후화와 낙후된 시설로 인해 순례객들이 겪는 불편함이 갈수록 증가하였습니다. 성전도 더 이상 순례자들을 수용할 수 없었고, 증축이나 개축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박물관의 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교구는 성지 개발 계획안(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2019년 건축허가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착공을 계속 미루다가 2022년 6월 건축허가가 말소되지 않도록 시공사를 선정하고 착공계도 제출하였습니다. 이후 박물관도 신축하기로 함에 따라 설계변경을 거쳐 공사를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일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2023년 9월 2일 순교자 성월에 성지 기공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물론 이런 계획과 희망이 이루어지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2020년에 전 지구를 덮친 ‘코로나19’입니다. 그 시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건축비와 자재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일어나, 그로 인해 모든 물가가 더 치솟아 어려움을 가중하였습니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주님의 은총과 여러분의 도우심으로 이렇게 성지 조성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십자가의 길, 묵주 기도의 길, 성모 동굴 등은 그대로 보존하여 성지의 옛 모습과 정취를 간직하고 있지만, 옛 ‘순교자 성당’ 자리에는 새로운 대성당(지하 2층~지상 3층)이 들어서고, ‘천주교 부산교구 역사 박물관’(지하 2층~지상 2층)이라는 새로운 교육과 문화의 공간이 옛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쾌적한 휴식 공간과 식당, 넉넉한 주차 공간도 새롭게 마련되었습니다.


   이렇게 성지를 새로이 조성하는 일에 있어 ‘하느님의 손’이 되어준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중 가장 중심에 자리한 분들은 단연코 부산교구 소속 126개 본당의 모든 교우들과 360명이 넘는 교구 사제들이십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일반 후원회원이나 특별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여 도움을 주신 1만 명이 넘는 교우들이 계십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생각지도 못할 거액을 희사한 분으로부터 1,000원을 낸 주일학교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느 다섯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진 돈 5,000원을 다 모아 25,000원을 희사했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감사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게 공사가 진행되도록 각종 선행과 극기를 이어가며 묵주 기도 221만 단을 바치신 오륜대 기도회 회원들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설계, 시공, 감리, 인테리어,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당 내부 설치를 맡아주신 회사와 개인, 수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오륜대순교자성지를 ‘화해와 치유의 성지’로 명명했습니다. 성지를 찾으시는 순례자들이 순교자들의 묘소를 바라볼 수 있는 성전에서 미사에 참여하고, 조용히 묵상하며, 26위 성인의 유해가 모셔진 참배실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과 화해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받는 성지와 성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천주의 성모 동정 마리아님, 부산교구와 오륜대순교자성지를 굽어보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 부산교구 두 분의 복자님과 순교자들이시여, 오륜대순교자성지의 발전을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


2026년 10월 7일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교구장 손 삼 석 요셉 주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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