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0호 2026년 3월 29일
가톨릭부산
WYD의 첫걸음 - 젊은이들과 함께 시작된 이야기









임성환 요셉 신부

2027 WYD 부산 사무국장


세계청년대회(WYD)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계시나요?


1. 한 성인의 ‘시선’이 머문 곳: "여러분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입니다."

   세계청년대회(WYD)의 역사는 거창한 기획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따뜻한 ‘시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즉위 초부터 젊은이들을 단지 가르쳐야 할 대상이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미완성의 존재로 보지 않으셨습니다. 교황님은 그들을 ‘교회의 지금 이 순간을 밝히는 가장 뜨거운 희망’으로 바라보셨습니다.

   1983년, 로마의 작은 모퉁이에 세워진 ‘성 로렌조 청소년 센터’는 그 사랑의 첫 결실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언제든 찾아와 숨을 쉴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교황님의 소망대로, 이곳은 젊은이들이 마음껏 웃고, 울며 기도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교황님이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건네신 "나는 여러분을 신뢰합니다."라는 한마디는 훗날 전 세계를 뒤흔들 거대한 영적 물결의 진원이 되었습니다.


2. 투박한 나무 십자가, 여정이 되다: "고통의 상징에서 희망의 이정표로"

   그해, 성 로렌조 센터의 젊은이들은 교황님께 소박한 나무 십자가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아무 장식도 없는 투박하고 거친 나무였지만, 교황님은 그 안에 담긴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망과 세상을 향한 용기를 보셨습니다.

   “이 십자가를 들고 세상으로 나가십시오. 인류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선포하고, 모든 이에게 구원과 희망의 표징으로 전하십시오.”

   이 요청에 젊은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었습니다. 

   이 단순한 나무 조각은 ‘여정의 십자가’가 되어 독일의 깊은 숲을 지나고, 분단의 상처가 깊은 체코의 장벽을 넘었으며, 머나먼 한국의 땅까지 닿았습니다. 때로는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의 눈물 젖은 손등 위에, 때로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길을 잃은 청년들의 가슴 위에 세워졌습니다. 이 십자가는 젊음이 짊어져야 할 사명이 결코 혼자 가는 길이 아님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심을 온 세상에 묵묵히 웅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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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르심과 응답, 그 찬란한 마침표와 시작

   십자가의 여정이 이어지던 1985년, UN이 정한 ‘세계 청소년의 해’를 맞아 교황님은 이 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전 세계 젊은이들을 로마로 초대합니다. 수많은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그 부르심에 응답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12월 20일, 교황님은 마침내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의 공식 제정을 선포하셨습니다.

   교회가 젊은이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함께 걷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방식이 바로 WYD였던 것입니다.

   ‘젊은이는 교회의 희망’이라고 믿었던 한 교황님의 시선과 그 부르심에 “네, 가겠습니다.”라고 응답하며 십자가를 들고 길을 나선 젊은이들의 마음, WYD의 첫걸음은 바로 이 믿음과 응답 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4. 2027년, 이제 부산교구에서 우리가 이어갈 이야기: 

     "용기를 내어라, 우리가 함께한다"

   이제 WYD의 첫걸음을 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WYD의 태동이 시작된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우리 교회가 젊은이를 믿고 내미는 손, 그리고 그 손을 붙잡아 일어서는 젊은이들의 응답 속에서 WYD의 이야기는 다시 쓰여질 것입니다. 

   2000년전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향해 “호산나”를 외쳤던 이들의 함성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저주의 울부짖음으로 변했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2027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이라는 찬미와 찬양의 소리가 부산의 바다와 산천을 울리고,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이 환대의 기쁨으로 들썩일 그 날을 꿈꿉니다.

   우리의 환대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위로가 되고, 우리의 기도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