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1호 2024년 11월 17일
가톨릭부산
지금, 여기에서
지금, 여기에서

 
도정호 신부
초량성당 주임

 
   온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가난한 무명가수, 간절함으로 뛰는 운동선수들의 땀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집니다. 그 진심의 힘은 대단합니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힘 있는 사람, 많이 가진 사람도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지만 가진 것 없는 사람, 힘없는 사람, 작은 일에 변함없이 성실한 사람,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른바 날개 없는 천사, 얼굴 없는 천사들은 더 큰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가슴을 열게 합니다. 
 
   대림절이 가까우면 교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복음, 자신의 삶의 흔적을 돌아보게 하는 복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복음을 들려줍니다. 오늘 복음처럼 세상 종말에 대한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복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시지보다는 천재지변으로 불바다가 된 세상, 까무러칠 정도로 온통 혼란한 모습 같은 무서운 장면에 시선이 머물 수 있습니다. 그 시기를 누구도 알 수 없는 세상 종말의 끔찍한 상황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리는 들으려 해야 합니다. 
 
   하느님만 아시는 세상 종말(마르 13,32 참조)의 순간은 언젠가는 분명히 올 겁니다. 세상 종말의 상황이 무섭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끔찍한 세상 종말을 내 눈으로 목격하기 전에 나의 죽음, 나의 종말이 먼저 올 겁니다.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배려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세상 종말보다 먼저 나에게 오는 나의 종말입니다. 교회는 순서 없이 다가오는 각자의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살아있는 나’에게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주어지고 있다고, 매 순간 진심으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지금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나의 습관입니다. 나의 습관이 나의 일상입니다. 나의 일상 안에 하느님이 계십니까? 우리 안에 하느님, 하느님의 자리가 있어야 우리는 성령의 도움으로 인해 완전함으로 갈 수 있습니다. 순간순간 선하게 하느님을 향해 가는 나의 노력과 실천은 계속되어야 하고, 선하게 살아가려는 다짐도 지금 여기에서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아름다운 종말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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