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4호 2016년 8월 7일
가톨릭부산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눈물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어느 가수의 대중가요‘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노랫말입니다. 떠나는 남자, 기다리는 여자. 우리나라 대중문화 속에 번번이 나오는, 현대 여성운동가들이 고쳐야 할 것으로 지적하는 대표적인 남성우월주의 이미지입니다. 왜 남자만 항상 떠나고, 여자만 기다려야 하는가? 남자가 언제나 주도하고, 주체적이고, 여자는 수동적이어야 하는가? 어찌 되었든, 현대는 남자든 여자든 기다려야 하고 수동적이게 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오늘 주일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은 먼 여행을 떠나는 주인과 같고, 우리는 주인을 기다리며 집을 관리해야 하는 집사와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떠나는 하느님을 우리는 기다리며,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기다리기를, 수동적이기를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오늘 복음에서의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는 덜 매력적인지도 모릅니다. 매년 차츰 줄어드는 주일 미사 참석 신자 수와 예비신자 숫자는 이것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문학가 롤랑 바르트는‘사랑의 단상’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알려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느낍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조정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대상자는 항상 여기에 없어야 합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모두 우리 손아귀에서 조정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떠나 있는 대상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돌아온 아들의 비유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로 하느님을 묘사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기다리게 하시는 분, 사랑받기를 원하시는 분이지만, 동시에 사랑하시는 분, 우리를 기다리는 분이십니다. 기다림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집니다. 사랑받기는 바라지만 사랑하려는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떠나는 배들만 있고, 정착할 항구는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항상 먼저 우리를 기다리시고 사랑하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또한 깨어 기다리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강론

제2844호
2024년 12월 8일
가톨릭부산
제2843호
2024년 12월 1일
가톨릭부산
제2842호
2024년 11월 24일
가톨릭부산
제2841호
2024년 11월 17일
가톨릭부산
제2840호
2024년 11월 10일
가톨릭부산
제2839호
2024년 11월 3일
가톨릭부산
제2838호
2024년 10월 27일
가톨릭부산
제2837호
2024년 10월 20일
가톨릭부산
제2836호
2024년 10월 13일
가톨릭부산
제2835호
2024년 10월 6일
가톨릭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