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0호 2026년 10월 11일
가톨릭부산
“부르심을 넘어 선택된 이로!”


홍영택 베드로 신부

달맞이성당 주임


   복음의 혼인 잔치 비유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먼저 초대받은 이들의 거절’입니다. 임금이신 하느님께서 풍성한 잔치를 준비하시고 부르셨지만, 밭으로 가고 장사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초대를 냉정하게 외면합니다. 이는 너무 바빠서, 성당의 누군가가 보기 싫어서, 혹은 미사가 형식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유로 하느님의 초대를 거절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라고 엄중히 경고하십니다. 이 말씀은 유아 세례를 받았거나 열심한 신자, 혹은 사제나 수도자라고 해서 구원이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끊임없는 응답의 노력이 없다면 선택받은 이가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세상 모든 이를 향한 열린 초대’입니다. 먼저 초대받은 이들이 오지 않자, 하느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시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를 불러 모아 잔칫방을 가득 채우십니다. 이는 구원을 향한 하느님의 초대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이들 역시 ‘부르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진정으로 ‘선택된 이’가 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합니다.


   세 번째는 ‘잔치에 참석하는 합당한 예복’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초대하시지만, 최소한의 예의인 ‘예복’을 갖추지 않은 자는 엄하게 책망하십니다. 여기서 예복이란 ‘겉치레’가 아니라 ‘영적인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옷감이 씨줄과 날줄로 단단히 엮이듯, 하느님 초대에 따른 예복은 가로로 짜이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세로로 짜이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사랑의 예복’을 입어야만 우리는 미사라는 생명의 잔치에 합당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부르심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주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성실히 응답하고 있는가?’입니다. 저는 고해소에서 흘리는 통회의 눈물과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교우들을 마주할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며 “주님, 제가 당신의 도구가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응답하곤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매 순간 우리의 응답을 원하십니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 머물지 않고 진정으로 ‘선택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과 하느님께 끊임없이 응답하는 모습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 실천이 가능할 때, 우리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곱게 짠 예복을 입고, 주님께서 친히 차려주신 푸짐한 잔치에서 기쁨을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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