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5호 2026년 7월 12일
가톨릭부산
씨뿌리는 사람의 믿음과 희망


홍성민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저는 대학에서 중독에 관해 가르치고, 또 중독 당사자들의 치유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중독이라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당사자도 그렇고, 그 가족들도 그렇고, 변하고 싶지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은 치료를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고, 가족들 역시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중독을 치료하는 사람들조차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 없이 치료에 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중독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좀처럼 믿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시면서 처음으로 선포하신 복음은 회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회개’는 단순히 나의 죄가 무엇인지 알고 반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개는 변화입니다. 삶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잘 믿지 못합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나의 죄를 고백하지만, 내가 달라질 거라는 것을 나조차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변화를 믿지 못하기에 다른 이의 변화도 믿지 못합니다. 믿지 못하면 희망하지도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복음을 통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듣습니다. 어릴 때 이 비유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이 좋은 밭인지 아닌지 돌아보며 반성했습니다. 신학생 때 농촌에서 2년 정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땅을 가꾸는 농부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땅은 처음에 정해진 그 모습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농부의 일은 씨를 뿌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밭에 물을 주고, 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으며, 계속해서 땅을 가꾸는 일을 합니다. 하늘에서 비와 바람, 그리고 햇볕을 주면, 농부는 자신의 노력으로 땅을 가꾸어 자기가 뿌린 씨가 잘 자라도록 합니다. 하늘의 도움과 인간의 노동으로 땅에서는 풍성한 소출이 납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본다면 오늘 복음에서의 씨 뿌리는 사람은 현명한 농부는 아닙니다. 현명한 농부라면, 좋은 땅에만 씨를 뿌릴 것입니다. 척박한 땅에 자신의 노력을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돌밭과 가시밭, 그리고 길가에까지, 그 모든 땅에 씨를 뿌리십니다. 그 모든 땅이 좋은 땅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믿으시고, 농부들이 땅을 가꾸는 것처럼 지금도 우리를 돌보아주십니다. 우리의 변화를 희망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역시도 세상의 씨 뿌리는 사람이 되어 이웃의 변화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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