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 세례자요한 신부
개금성당 주임
오늘 복음의 전체적인 느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는 아주 비장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떠나셔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시고 당신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고 최후의 만찬을 함께하시며 오늘 복음을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최후의 순간이며, 유언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사랑을, 예수님의 꿈과 이상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 사랑을 이루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떠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떠나심은 단순히 제자들과의 헤어짐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만남이며, 성령을 보내시기 위한 떠남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떠나심은 우리를 새롭게 하기 위한 떠남이며, 우리를 안내하기 위한 떠남이고, 영광스럽게 하기 위한 떠남입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곳에서 머물며 새로운 이들을 맞이하시기 위한 떠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진리는 변함없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오롯한 것으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도, 수많은 곳에 머물러도 변함없는 그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영원’이라고 말하며,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기 위해 떠나십니다. 영원은 예수님 안에 있으며, 예수님과 함께 머무를 때 이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향하는 믿음은 세상과 싸울 때 힘을 주는 믿음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을 거스르는 것에 부딪힐 때, 우리는 진리와 생명을 보아야 하며 믿음으로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주님을 믿으며 주님 안에 머무르겠다고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그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며 신앙을 증거한 수많은 순교자들, 특히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신앙을 고백하며 순교하셨습니다. 믿음은 제한하고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과 믿음으로 당신의 길을 따라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본능은 쉽고 편안한 길을 찾지만, 예수님 안에서 희망과 사랑을 느끼며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함께 나아갈 것을 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우리가 참으로 평안해질 수 있는 곳은 오직 주님 안에 있습니다. 주님을 향한 길에 함께 나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