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5호 2025년 10월 26일
가톨릭부산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최병권 대건안드레아 신부
만덕성당 성사담당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신학교에서 여러 가지 기도를 가르쳐주셨던 신부님께서는 어느 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도는 단순해야 한다. 긴 말, 타령하듯이 늘어놓지 말고, 호흡에 집중하고, 반복하여 이 짧은 기도문을 되풀이해 보아라. 주님께서는 너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미 다 알고 계신다.”

   많은 교우님들께서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분심이 많이 들어 기도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기도하는데 분심 들지 않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요?

   ‘완덕의 성녀’라고 불리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스페인, 1515-1582)는 기도하면서 분심이 들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심지어 짧은 주님의 기도를 드릴 때조차도 분심 없이 기도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기도를 하니까 분심도 드는 것입니다. 아예 기도하지 않는다면, 분심이 들 일도, 졸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살아가며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말씀드려야 할지도 막막할 때도 많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많은 일들, 이미 성당 안 나온지 오래된, 살아가기 벅차해하는 내 자녀들, 또 주위 사람들... 그들을 위해 내가 어떻게 기도해 주어야 할지 막막할 때, 이렇게 반복하며 기도해 보면 어떨까요?

   “주님 저에게, 그리고 제 아들, 시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주님, 지금 힘들어 하고 있는 제 딸, 안나에게, 또 누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할 수만 있다면 고요히 성전에 머무르면서, 아니면 길을 걸으면서, 운전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주님의 자비를 반복하며 청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천 년 전, 어떤 사람이 성전 문 멀리서 고개도 못들고 가슴을 치며 죄인인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드린 기도를 자비로이 보아주신 예수님께서는, 이천 년이 지난 오늘날, 여전히 슬픔의 골짜기에서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하와의 자손들이 세파에 시달리며 엎드려 드리는 기도도 인자로이 보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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