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1호 2026년 6월 14일
가톨릭부산
그분께로 가는 길에서


사회사목국(051-516-0815)


   영화나 소설처럼 인생에도 인과응보가 적용된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겠지만, 세상에 사는 동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아가타(가명, 만 52세) 자매님의 삶도 그렇습니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할 만큼 나쁜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것도 아니건만, 그녀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매님은 얼핏 보아도 모습이 평범하지 않습니다. 양 시선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발음도 분명하지 못합니다. 마비가 있어서 걷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몇 년 전에 한 고관절 수술이 잘못돼 이제는 성당에 가기도 어려워서 병자 영성체를 모시고 있습니다. 


   “6살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고모 손에서 자랐어요. 결혼도 했지만, 전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욕하고 때리고 물건을 던졌어요. 어린 자식들에게도 손을 댔죠. 일도 하지 않아서 아이들 분유값조차 없었어요.” 아가타 씨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갑니다. 계속 맞던 그녀는 ‘이러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녀를 지키기 위해 이혼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렇게 이혼하고 모자 세대가 되어 정부 보조금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함께 살았고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매님은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전남편을 폭행죄로 신고해 접근금지명령을 받았고 연락도 차단했지요. 


   “아빠에게 맞고 자란 아들은 사람을 무서워하고 밖에 나가지 않는 병이 생겼어요. 제가 몸이 이렇다 보니 오래 살지도 못할 텐데 말이죠.” 울먹이는 그녀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했을까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들은 자제력이 부족해서 음식 섭취와 소비를 조절하지 못합니다. 엄마의 말도 듣지 않아서 얼마 전에는 국가에서 11명이 나와서 180kg에 달하는 그를 강제로 입원시켜 치료받게 했습니다. 딸도 마음의 병을 얻어 집을 나갔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장애로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가타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결혼 초부터 생활비로 쌓인 빚이 8천만 원이나 있습니다. 이렇게 딱한 사정을 본 이웃이 아가타 씨에게 신앙을 권유했고 대모님도 되어주었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자녀의 손으로 이들을 품어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에게 세상살이란 결국 그분께로 가는 여정일 뿐이지만, 이 사실을 늘 기억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고통에 부딪히더라도 우리에게는 함께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아가타 씨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 사실을 떠올리며 위로받을 수 있도록, 형제자매 여러분께서 주님의 손이 되어주시길 청하며 기도드립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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