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치는 생명
우리농 본부(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1996년 세상을 떠난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생애 마지막 유언으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죄송하지만 죽음 앞에 서 봐도 저의 신념엔 변화가 없습니다. 나는 이제 소멸합니다. 내 육체와 내 영혼 모두 태어나기 전의 무(無)로 돌아갑니다. 묘비에서 저를 기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문득 기억날 땐 하늘을 바라보세요.”이토록 자신만만한 자의식을 가진 당당한 무신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는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우주의 신비를 차근차근 밝혀낼 수 있기에‘하느님’은 어쩌면 필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신비, 그 끝은 어디에 가 닿을까요? 저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생명의 신비를 완전히 다 밝혀낼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생명의 신비는 원칙적으로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사막에 사는 새우 중‘투구새우’라는 놈이 있답니다. 이 투구새우는 알에서 깨어나 죽을 때까지 고작 한 달이 넘지 않는 3주간 정도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가뭄이 지속되면 자체 봉합된 용기 안에서 사막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온도와 빛이 좋아질 때까지 무려 수백 년을 기다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걸 인간에 비교해본다면 투구새우는 그 긴 시간 1년에 3번 심장 맥박을 치는 것으로 버틴다고 합니다. 과연 생명의 신비는 분명 인간 이성의 영역을 뛰어넘습니다. 지난 목요일 세상이 두 쪽 나도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수능이 1주일 연기되어 치러졌습니다. 인간의 지성, 계획 등이 얼마나 허무한지 단박에 드러난 사건입니다. 그래서 생명의 신비 앞에서 교황님의 이 말씀을 더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개별적으로 나타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방안만을 찾는 것은 …… 가장 심각한 진짜 문제들을 숨기는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11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