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7호 2016년 6월 19일
가톨릭부산
오래된 소명

오래된 소명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거창하게 굳이 시대의 징표를 안다고 말하곤 하지만 결국 계절과 그때를 알아채고 철이 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연을 통해 체득되지 않은 감각은 자칫 잘못하면 아무런 근거 없이 시공을 초월하여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마침내 안개처럼 흩어져버리고 말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땅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억지로 욱여넣은 내 마음의 생각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허한 속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확실한 깊이로 뿌리를 내리고 싶은 원초적인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마르 4, 27)에 저절로 자라는‘하느님 나라’라는 씨앗도 여러 날이 흐르고 마침내 꽃이 피고 질 때까지 한 번도 돌아보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에겐 감추어진 신비일 뿐입니다. 하늘 한 번, 길가의 화단 한 번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것은 저절로 자라는‘하느님 나라’를 발견할 틈이 없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박노해라는 시인이“아직과 이미 사이”라는 시에서“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 먼저 허리 숙여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울산광역시 무거동 옥현 유적지에는 동아시아에서도 오래된 논 유적이 있습니다. 기원전 9~10세기 청동기 시대에 구릉에 집을 짓고 골짜기에 작은 논을 만들어 생활했던 오랜 삶의 흔적입니다. 그 논은 시대를 정직하게 흘러오며 켜켜이 쌓여 조선시대까지 층을 달리하며 같은 장소에서 사람을 살리는 벼를 키워왔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농사는 그렇게 독특한 방식으로“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로마 8, 22)을 체득하는 가장 오래된 소명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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