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4호 2016년 5월 29일
가톨릭부산
감물에서 온 편지 - 주님을 만나는 들녘

주님을 만나는 들녘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행정부관장 jhkim7291@gmail.com
 
  까를로 까레또라는 신학자는“당신이 광야로 갈 수 없거든 당신의 생활 속에 광야를 마련하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기서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자신만의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겠지만, 이를 조금 비틀어 이해한다면 우리 모두에겐 그분을 듣고, 보고, 만져볼 수 있는(1요한 1, 1 참조) 너른 들판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것은 인위적인 활동으로 쌓아 올린 바벨탑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마르 4, 27) 저절로 자라는, 값없이 선물로 주어진 피조물의 공간입니다. 그렇게 오감으로 만끽하던 그 들판에서 멀어지면서“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마태 16, 16)를 좀 더 어렵게 알아듣게 되곤 합니다. 다행히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세상을 향해 젖혀진 창문을 통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있곤 합니다.
  곧 부산시에만 도시 텃밭이 35만 평이 넘고, 전문농업인을 포함한 도시농부가 시 전체인구의 1.2%인 4만3천 명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미약하지만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 공동체의 한 귀퉁이에서부터 꽉 막힌 답답한 삶에 틈을 벌리는 움직임은 우리의 잊혀진 감각을 되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저 달력과 시계에 의지한 시간감각이 아니라, 어느 사진작가가“매향이 잦아들고 벚꽃이 날리면 보리가 익기 시작한다. 보리가 익으면 힘에 겨운 감꽃이 후드득 바람에 떨어지고 늦게 눈뜬 대추나무에도 콩알만 한 대추가 조롱조롱 열린다.”고 말한 것처럼, 서로의 존재로 자연의 흐름을 알아내는 그 예민한 감각이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수많은 비유의 참뜻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렇게 밀양 감물생태학습관(055-356-0026)은 여느 농가처럼 이미 쟁기로 갈아엎은 논에 물을 대고, 논바닥을 고르고 모를 심을 수 있을 만큼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써레질을 하며, 한창 모내기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주님을 만나는 또 한 평의 들판을 만드는 교회의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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