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3호 2012년 6월 3일
가톨릭부산
밥상을 받을 자격

밥상을 받을 자격

생명이 깃든 밥상을 차리고 싶은 분들은
첫째, 누가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 식구들을 살려주는 음식인데, 누가 농사지었는지 알아야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지 않겠습니까.
둘째, 어떤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농약을 쳤으면 왜 쳤는지 그리고 몇 번이나 쳤는지, 농약을 치지 않았으면 어떤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서로 믿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셋째,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지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건강한 농산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농부는 사람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만일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농사짓는 농부라면, 그 돈 때문에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릅니다. 짜증스런 얼굴로 밥상을 차리면 모든 음식에 독이 들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평화롭고 기쁜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만 농산물도 약이 되는 것입니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면 얼마나 삶이 힘들고 고달프며, 그 가운데서 어찌 기쁜 마음이 일 수 있겠습니까.
넷째,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은 사람은 식구들과 함께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애써준 농부의 집에 자주 찾아가야 합니다. 찾아가서 함께 일을 하고 삶을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 식구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농부를 한 식구라 생각하지 않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사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사람의 마음’을 떠난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밥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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