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과 아카시아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생명의 기운이 온 산과 들에 가득합니다. 어릴 적 산에 갔다가 볕바른 곳을 지나다보면 화려하진 않지만 반가운 할미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특히 무덤가에 많았는데요. 예쁘니까 한 송이 꺾어다가 집에 와서 꽃병에 넣어두지만 금방 시들어 버립니다. 할미꽃이 잘 시들어서 할미꽃이라고 부르나 싶지만,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할미꽃이 시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할미꽃은 물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물이 없는 곳을 찾다보니까 무덤가에 많이 핍니다. 산에 들에 핀 꽃 한 송이 꺾어서 집에 두고 보는 게 크게 탓할 일은 아니지만, 할미꽃은 그래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할미꽃은 산에 두고 보는 게 좋습니다.
오월이 되면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예전에 일제가 우리나라 산림을 황폐하게 만들려고 아카시아를 심었다는 말도 있는데요, 이게 사실과 다릅니다. 아카시아는 번식력이 뛰어나서 한동안 다른 나무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황폐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숲이 형성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합니다. 전쟁 직후 망가진 우리나라 산림을 복원하는데 있어서 아카시아가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피면 양봉하는 분들이 제일 좋아할 거 같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분들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봄철 내내 산불 때문에 고생한 산림공무원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쯤이면 수목이 자라고 숲이 무성해 지면서 산불 발생률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