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5호 2024년 8월 11일
가톨릭부산
마태오 복음 6장 3절
마태오 복음 6장 3절

 
정효모 베드로
구포성당 · 소설가

 
   출근길 현관문을 나서 지하철역까지 20여 분의 거리를 걸어가 역에 도착하여 전동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쪽에 핑크색 가방을 메고 크고 하얀 리본을 한 젊은 자매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불안해 보이는 자매의 행동이 눈에 고정되었다. 순간 자매가 비실거리다 쓰러지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람들이 고함을 질러대고 혼비백산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의 등을 센 힘으로 와락 밀었다. 자매에게 다가가 그 자매의 머리를 나의 무릎에 앉히고 손은 그 자매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힘을 주어 어깨를 주물럭거리자, 몇 명의 중년 자매들이 팔다리를 주물러 주며 도와주었다. 자매의 떨림이 멎고 딱딱했던 어깨가 부드러워지면서 자매가 눈을 떴다. 그리고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전동차가 들어온다는 안내가 나오고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자매를 일으켜 세워 한 발자국 걸음을 떼자, 전동차가 도착했고 자매를 인도해 자리에 앉혔다. 팔을 주물러 주던 중년 자매가 자매의 앞가슴에 매달려 있던 명찰을 보고 전화를 돌렸다. 아마도 정신적 장애우였던 것 같다. 정신을 가다듬은 자매는 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정거장이 지나자, 전화를 한 중년 자매와 그 자매가 차에서 내리고, 기다리던 부모가 그 자매를 인계받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그리고 주님께 감사와 그 자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퇴근 후 가족들에게 아침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입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친구들과 식사한 후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려고 해도 역시 입이 막혔다. 왜 이렇지? 하면서 잠시 묵상했다. 순간 ‘마태오 복음 6장 3절’의 말씀이 떠올랐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아! 그렇지. 
 
   그 일이 있고 난 일주일 후에 같은 자리에서 그 자매를 다시 만났다. 승차한 후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그 자매가 나를 보자 나는 눈을 감고 잠시 후 기도를 바치던 묵주를 나의 얼굴 높이 들고 그 자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자매가 배시시 웃었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그 자매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 내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주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그 자매의 영혼이 맑아지기를 주님께 간청하면서 다음에는 그 자매의 옆자리에 앉아서 주님의 이야기를 해 보리라. 깨우침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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