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7호 2022년 10월 16일
가톨릭부산
자비

자비
 
 
 

윤경일 아오스딩 / 좌동성당·의료인
ykikhk@hanmail.net


 
 

      알콜 중독은 무절제한 음주를 반복하는 난치성 질환이라 입,퇴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한 중독자가 폐쇄병동에 자의로 입원한 상태에서 퇴원을 시켜주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지구대로부터 연락이 왔고, 왜 환자를 퇴원시키지 않느냐고 취조하듯 물어 환자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스스로 입원해놓고 며칠도 되지 않아 퇴원시켜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만.....” 황당한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길로 환자는 퇴원했지만 만취 상태가 되어 길거리에 쓰러졌다. 경찰은 그를 응급실에 데려왔고 나는 다시 주치의가 되었다.
 

   이번에도 술 생각이 간절하여 어떻게 하면 퇴원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환자는 척추협착증이 심해졌다며 다니던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또 퇴원했고 척추 검사는 고사하고 다시 술에 빠져들었다. 하루는 아침부터 술 냄새를 풍기며 입원시켜달라며 찾아왔다. 그러면서 큰아버지가 위독하여 일주일만 시골을 다녀온 후에 입원하겠다며 차비를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술 마실 돈은 있고 큰아버지 병문안 갈 교통비는 없단 말인가. 그동안 몇 번을 속았던가.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도 속고.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교통비를 주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가 일 년이 지난 시점에 그가 쓴 편지가 날아들었다. 


 

   “사람을 다치게 하여 교도소에 들어와 있습니다. 거짓말만 하고 나쁜 짓을 하는데도 저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모두가 나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하는데 의사 선생님만은 그렇게 대하지 않아 주시어 고맙고 미안합니다. 이곳에 와서야 그동안 살아온 날이 부끄럽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으로 술을 끊어야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참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출소 후 단주하지는 못했으나 중독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하루는 수중의 오천원을 술 마시는데 쓰지 않고 헌금 바구니에 넣는데, 과거 행실을 알던 교회 집사가 돈을 훔치기 위함이라고 여겨 뺨을 때리며 그를 쫓아냈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정말 딴사람이 됐다. 
 

   나는 그를 대할 때마다 자비를 가지려고 애썼다. 자비는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그 고통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다. 힘든 과거가 있다 하더라도 이전의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지 말고 현재만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허물이 많은 사람이라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그도 언젠가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새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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