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1호 2020년 4월 5일
가톨릭부산
꽃이 피고 지는 나날들

꽃이 피고 지는 나날들

 

박문자 데레사 / 서동성당·시인, 수필가 park2815@hanmail.net

 

연두색 잎이 새 주둥이처럼 돋아나더니 세상의 고단한 일상과 상관없이 함박웃음처럼 목련이 피고 지고, 개나리가 피는가 싶더니 시샘을 하느라 그런지 벚꽃이 만발하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은 우리에게 눈처럼 내린다. 바람도 꽃이고 비도 꽃이 되는 그런 계절이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코로나19라는 단어만 세상에 가득한 것 같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앞만 보고 다닌다. 거리두기로 내 평생 처음 성당미사가 멈췄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집안에서 갇힌 듯 지낸다. 자고 나면 어디서 누군가가 확진되었다는 소식이다. 기도하지 않으면 두려움에 사로잡힐 것만 같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기를 손가락이 아프도록 기도하며, 예수님께서 오죽하시면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을까!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며 보잘것없는 내 하나의 기도도 주님 들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금 내 손에서 주님 앞에 기도로 가게 해주는 묵주는 오래전 것이다. 남편이 암 진단을 받으며 수술을 앞둔 날 신부님이 오셔서 내 두 손에 꼭 쥐여주며 기도하라던 낡았지만 소중한 묵주다. 그래서 이 묵주를 손에 쥐면 내 기도는 깊고 깊어진다. 계절이 잎을 돋우고 꽃을 피우듯 내 기도가 주님 앞에 그리 가 닿는다.

몇 달째 제한된 공간에서 마음조이며 답답한 나날을 보내면서 기도드린다.

 

온 나라 아니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인생의 위기 가운데 가장 편한 피난처는 하느님이십니다.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잠재워 주시고 속히 백신이 개발되게 도와주시어 병으로 고통받는 자들이 병과 싸울 때 이길 힘을 주시고 그들을 위해 수고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신 은총을 내려주소서.

 

하루 종일 멈출 수 없는 기도다. 그러나 멈추고 다른 기도로 나아가야 함이 절실한 기도들이다. 꽃이 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그 떨어짐이 코로나19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한숨같이 느껴진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보지 못하는 지금 마침 부활을 얼마 앞두지 않고 있어 감히 희망해 본다. 전 세계가 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주님의 은총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봄비가 내린다. 젖은 벚꽃이 봄의 신부처럼 아름답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말씀을 의지해본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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