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두 천사
민훈기 가브리엘 / 석포성당·시인 mgabriel0929@hanmail.net
반세기 전 이국땅에서 벽안의 젊은 두 여인이 소록도를 찾아왔습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여인이 지핀 사랑의 불씨는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에 날려 한센병자들의 마음을 불태웠습니다. 두 여인은 맨손으로 상처에 약을 발라줬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 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절망에서 기쁨으로 어둠을 빛으로 밝힌 두 여인, 그들은 소록도에서 40여 년 동안 한센병 환자를 보살펴 왔습니다. 두 여인은 2006년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이들은 편지에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떠나고 없지만 두 여인은 영원한 소록도의 천사입니다. 그들이 주고 간 차가운 세상을 덥혀주는 아름다운 불길이 꺼지지 않게 고이 가슴에 품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아프리카 남쪽 나라 보츠와나를 여행할 기회가 있어서 여행가방 하나에 아이들에게 줄 옷과 학용품, 수건들을 챙겨서 고아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아원 정문을 들어서니 맨발의 어린아이들이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환영의 노래와 춤을 추며 반겨주었습니다. 그들의 해맑은 표정에서 행복은 나눔에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가진 것 없이 가난을 살아가면서도 얼굴 표정엔 미소를 머금고 함께 춤을 추는 어린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많은 걸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부끄러웠습니다.
지난달에는 은퇴하신 신부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찾아뵈었더니 은퇴 이전부터 라오스교회 사제 육성 후원회를 조직하여 도움을 주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은퇴 후 외롭게 지내실까 싶어 걱정했던 마음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해외선교지에 학교도 지어주고 건물도 지어주는 일을 하시는 또 다른 교구 은퇴사제가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참 사제의 삶을 살고 계시는 신부님들을 본받아 우리들도 소록도의 두 천사처럼 고통받는 어린이와 노약자, 병자들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