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9호 2020년 1월 12일
가톨릭부산
사랑 안에 머무는 것

사랑 안에 머무는 것

 

윤경일 아오스딩 / 좌동성당·의료인 ykikhk@hanmail.net

 

밤하늘에는 밝은 빛을 내는 북극성과 같은 별도 있지만 어둡고 작은 이름모를 별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나 여기에 있어요.’라고 자신을 알리는 몸짓이라고 여겨봅니다. 몸짓을 드러내지 않는 별들은 몸짓을 드러내는 별에게 스스로 어두워지고 작아짐으로써 밝은 별이 더 광채가 나도록 배경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지요.

 

꽃의 삶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에게 듬뿍 사랑받는 장미와 백합이 있는가 하면 들판에서 홀로 피는 꽃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향기를 내뿜는 꽃은 전체 꽃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쁘지도 않고 향기도 나지 않는 꽃은 버림받은 꽃일까요? 그렇다면 꽃이 되지도 못한 잎사귀들은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가요. 정말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안으로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잎들이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 주지 않는다면 장미과 백합이 어떻게 필 수 있겠습니까.

 

숲속을 걷다 보면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 속에 깔려있는 조약돌들을 걷어내 버린다면 졸졸거리는 물소리는 그만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돌이지만 흐르는 물과 어우러져 상큼한 화음을 만들어 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치고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들이지요.

 

이름 없는 별, 무수한 잎, 조약돌은 모두 배경적 존재들입니다. 대상은 돋보이지만 배경은 조용히 품어줍니다. 그럼, 사람들 사이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 배경 역할은 맡으려 하지 않습니다. 관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 간에 틈이 생기고 벽이 쌓여갑니다. 무엇으로 벌어진 틈을 메우고, 두껍게 쌓인 벽을 허물 수 있을까요? 그 대답은 사랑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으므로 우리는 그분 사랑의 화답으로 서로 사랑을 해야 합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물고 하느님도 그 사람 안에 머무십니다.”(요한 4,16)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이란,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정원에 이름답게 핀 꽃만 되려고 하기보다는 때로는 조용히 그 배경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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