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1호 2019년 5월 5일
가톨릭부산
새들의 기도송

 

새들의 기도송

 

오원량 카타리나 리치 / 온천성당, 시인 ryang213@daum.net

 

새는 편안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있지 않다. 위태로운 난간에 있거나 연약한 가지 또는 출렁거리는 전선에 앉아 열심히 주위를 살핀다.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새의 집을 보라. 새의 집은 아늑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가시 같은 가지를 물어와서 집을 지어 수잠을 잔다. 그곳에서 알을 낳고 알을 부활시키고 부지런히 새끼에게 먹이를 구해 먹이며 새끼가 하루라도 빨리 날아 먼 곳으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긴장된 삶 속에서도 새는 끊임없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듣는 이로 하여금 청량감을 주고 있다. 그렇게 새는 새끼를 먼 곳으로 날려 보냈지만 슬픈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쁨에 넘친 소리도 아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소리는 이제 남은 시간을 자신의 삶에 더 열중하는 것같이 들린다. 이처럼 새의 하루는 새벽부터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는 것이다.

한여름 숲속에서 야영을 한 적이 있다. 새는 날이 새기가 바쁘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새벽부터 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도시생활에 젖은 내게는 경이로운 일이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새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쳐다보았다. 새는 하늘을 우러러 열심히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는 다름 아닌 하느님에게 바치는 기도송같았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열심히 기도송을 하더니 새들만의 조배시간일까 한없이 조용해졌다. 새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가 했더니 오후, 석양이 붉게 물든 하늘을 약속이나 한 듯 한 점 점으로 찍힐 때까지 먼 곳으로 가볍게 날아가고 있었다. 새의 뒷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였다.

우리 인간의 삶도 어찌 새들의 삶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새의 기도송 같은 묵주기도로 아침을 맞이해 본다. 일어나서 묵주기도부터 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하느님의 뜻대로 척척 알아서 다 해주실 것 같은 가뿐한 믿음이 생긴다. 왠지 모르게 또 하루 기분좋은 날이 될 것 같다.

주여! 당신의 품속에서는 당신이 고통스럽게 걸었던 십자가의 길을 걸을 때도 저희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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