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18호 2017년 1월 22일
가톨릭부산
미사 안내를 하고 나서

미사 안내를 하고 나서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장 park21@chosun.com

  얼마 전 몹시 추운 주일 아침, 성당 대성전 앞 현관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날은 맑았지만 햇살은 핼쓱했고, 가만히 있어도 칼날처럼 스치는 바람에 귀 주변이 아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교중미사 안내였습니다.
  어떤 분은 종종걸음으로, 다른 분은 팔자걸음으로 성당으로 왔습니다. 무릎에 손을 짚거나 난간을 잡고 현관 앞 계단을 오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현관으로 올라왔습니다.
  가족끼리, 부부나 모녀, 모자가 혹은 홀로…. 그렇게 미사 참례를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두툼한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한파가 몰아닥친 아침, 그런 중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너나없이 표정이 밝게 느껴졌습니다. 아니 무뚝뚝한, 무덤덤한 표정의 분들도 계셨으니‘맑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갑습니다.”,“수고하십니다.”
주보와 봉헌금 봉투 등을 건네며 나누는 인사는 정겨웠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주고받는 몇 마디의 말은 마음속의 한파를 녹였습니다. 성당으로 오는 분들의 걸음과 표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평화롭게 해줬습니다.
“요즘 세상은 온갖 사건과 추문, 풍문으로 참 뒤숭숭하고 우중충한데 저분들의 맑은 표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 …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이사 49, 3. 5~6)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1코린 1, 3)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요한 1, 29, 33)
  말씀의 전례 속에서 제 마음에 꽂히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미사 참례를 하러 오시는 분들에겐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 양이신,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내려 있고 그래서 그분들은 세상의 빛인 줄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이래저래 시끄럽고 혼란스런 요즘 같은 시대엔 그 빛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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