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12호 2016년 12월 11일
가톨릭부산
콧구멍 집

콧구멍 집

하창식 프란치스코 / 수필가 csha@pnu.edu

  비혈헌(鼻穴軒)이라는 손 간판을 단, 조그만 음식점이 있습니다. 원래 간판은 다른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가게 현관문 위 벽 쪽에 직접 쓴 글씨로 그렇게 간판을 달고 있습니다. 뜻을 풀이하면 콧구멍같이 작은 집이란 뜻입니다. 간판만 보아도 슬그머니 미소 짓게 되는 정겨운 가게입니다. 가게 안은 기껏해야 예닐곱 평 밖에 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가게 바깥 벽면엔 이냉삼탁(二冷三卓)이란 한자로 된 입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냉장고 두 개에 탁자가 세 개란 뜻입니다. 실제로 그 세 개의 탁자에 모두 앉는다 하더라도 10명이 넘는 손님은 받을 수가 없을 정도로 좁은 가게입니다. 
  그곳에서 갖는 만남이 즐거운 까닭은, 그 가게가 콧구멍같이 작은 집이기 때문입니다. 지갑 걱정 않으며, 엉덩이가 부딪히고 앞 사람 코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좁은 의자에 앉으니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는 더 친밀하게, 정은 더 깊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림 제3주일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오신 곳은 화려한 왕궁도 아니며, 거대한 성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허름한 마구간에서 보잘것없고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우리에겐 큰 위안이며 축복입니다. 아마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의 그 마구간도 비혈헌이란 간판이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갓 태어나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님, 성모님과 성 요셉, 세 식구 겨우 누울 수 있고 동방박사 세 사람이 겨우 어깨를 맞대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할 수 있었던 그 마구간은, 어쩌면, 제가 드나든 그 비혈헌보다 더 한 콧구멍 집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마구간에서 예수님은 태어나셨습니다. 우리는 비혈헌에서의 한 끼의 식사 덕분에 행복한 한때를 보낼 수 있지만, 비혈헌보다 더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님 덕분에 우리 모두는 우리 삶 전체에 걸쳐 큰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부산의 비혈헌 대신, 베들레헴의 비혈헌인 마구간을 바라봅니다. 고요한 밤, 이 땅을 밝힐 거룩한 성가정을 꿈꾸고 있습니다. 정말 복된 대림 주간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말합니다. 이제 십여 일 후면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그분이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비혈헌은 누구에게나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주인 부부의 친절함 덕분입니다. 자선 주일인 오늘만큼은, 내 이웃에게, 특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자선이 될 만한 작은 친절 하나를 베풀고 싶습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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