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4호 2016년 10월 16일
가톨릭부산
비움과 채움

비움과 채움

이종인 디오니시오 / 교구평협 부회장, 꾸르실료주간 jilee@dongju.ac.kr

  그리스도인들은 공(空)이나 무(無)를 강조합니다. 여기서의 공(空)은 채움을 위한 공(空)을 말합니다. 즉 채우기 위한 비움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2장 20절에서는‘나의 비움이 바로 그리스도로의 채움’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완전하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서 자신 안에 한 점의 티끌이나 애착도 없이 오직 그리스도로 채워야 합니다. 그리스도로 채워져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는 것이 됩니다.“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마태 5, 48)고 하신 것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보편적인 소명입니다. 결국 채우기 위해서는 비움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피정이나 강의 등에서 많이 듣게 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비움에 대한 것입니다. 다른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그릇으로는 하느님의 은총을 하나도 받지 못하니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그릇을 비워야 합니다. 비워진 그릇에만 은총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입니다.

  비움에 대한 응답으로 경이로운 체험을 채워주시는, 너무나 기쁜 성령의 체험을 지켜보는 것도 은총입니다. 지인 중에 막내딸이 수녀원에 입회하면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셨지만 세례 후 오랫동안 성당에 가지 않고 사셨던 분이 계십니다. 최근 건강이 많이 나빠 병원생활이 오래 지속되자 가족들이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그 후 그분은 항상 십자가를 손에 들고 하느님의 은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여 기도하십니다. 기도하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당신의 방법으로 기도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꿈속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셨다고 합니다. 병마의 고통이 두렵고 죽음이 무섭다고 하신 분인데, 편안하게 하느님 곁으로 가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신 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얼굴이 되셨습니다.‘회개하실 수 있을까?’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이제는 병실에 있는 모든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미련과 욕망으로 가득 채워졌던 삶이 비워지는 순간, 그분의 남은 삶이 평안과 기쁨의 은총으로 채워지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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