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8호 2015년 3월 8일
가톨릭부산
십자가 찾기

십자가 찾기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부장 fogtak@naver.com

살다보니 수술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목숨에 지장 없는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그래도 고통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걱정해 주는 가족들을 보면서‘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아픈 걸 대신해 줄 순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열나며 아픈 자식들 보며‘내가 대신 아팠으면’하는 부모 마음, 한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태어나서 아프고 늙는 건 사랑하는 사람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유신론적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신 앞에 선 단독자’가 되라고 충고했습니다. 죄와 불안, 절망의 한계를 지닌 인간이지만 그 한계를 거쳐 하느님이 내미는 손을 스스로 잡아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불안과 절망 속에서 하느님께서 내민 손을 잡는 일은 어느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하느님과 홀로 마주 선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고 보면 구원의 관건은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자신의 결단에 달린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고 예수님의 구원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들은 자신의 십자가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유혹은 돈 만 있으면 편하고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자주 늘어놓습니다. 이런 유혹에 맞서기 위해선 고독과 침묵이 필요합니다. 고독은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하느님과의 오롯한 만남을 가능케 해 줍니다. 침묵은 내 말만 늘어놓던 자만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구원 티켓인 제 십자가를 찾기 위한 고독과 침묵의 시기가 사순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 개인으로 인하여 공동체의 평화는 때론 살얼음처럼 쉽게 깨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연이나 별것 아닌 이유로 시작된 전쟁이나 범죄가 얼마나 많은지 따져 보면 알 겁니다. 공동체의 기본인 가정에서도 구성원 각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불화가 생기기에 십상입니다. 주님을 따라가며 제 몫의 십자가를 지는 일은 세상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운명이자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축복의 증거입니다.

누룩

제2015호
2009년 10월 4일
가톨릭부산
제2013호
2009년 9월 27일
가톨릭부산
제2012호
2009년 9월 20일
가톨릭부산
제2011호
2009년 9월 11일
가톨릭부산
제2010호
2009년 9월 6일
가톨릭부산
제2009호
2009년 8월 27일
가톨릭부산
제2008호
2009년 8월 23일
가톨릭부산
제2007호
2009년 8월 16일
가톨릭부산
제2005호
2009년 8월 9일
가톨릭부산
제2004호
2009년 8월 2일
가톨릭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