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4호 2011년 7월 17일
가톨릭부산
암흑 속의 한 줄기 빛

암흑 속의 한 줄기 빛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일전에, 피정 지도를 갔던 본당의 신자들이 성당을 찾아왔다. 차를 한 잔 나누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같이 온 자매 중 하나가 굉장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설마 했더니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큰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 자매는 결혼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남편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때의 충격으로 아기마저 유산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시댁에서는 이런단다. “하필이면 너 같은 게 우리 집에 들어와서 우리 아들이 빨리 갔지 않느냐? 서방 보내고, 애까지 죽인 년이 뭔 낯으로 살아? 다 너 때문이니까 나가 죽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세상에 이것이 정녕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그 말의 사실 여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매의 손목을 보아하니 알것 같았다. 벌써 두 번이나 그은 흉터가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수없이 부정을 했지만, 반복해서 들려오는 주변의 목소리는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만들어버렸다. 이제는 완전히 세뇌가 되어버린 듯 했다. 그렇게 수년간 매일같이 죽은 남편의 환영을 보면서 자살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어릴 때 영세를 받았기 때문에 신앙을 통해서 극복할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남편과 애까지 데리고 가신 하느님과는 말도 하기 싫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의지할 곳이라고는 그분 밖에 안 계신데.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라고 연락처를 주었다. 그 자매가 다녀간 이후로 나도 바빠졌다. 더 많이 기도하게 되었고, 더 많은 희생을 바치게 되었다. 내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는지 어느 날, 이 자매로부터 편지가 왔다. “... 신부님, 도와주십시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막막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 밖에 없는데…. 그러던 중, 이 자매의 집을 한 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집 안 구석구석에 성수를 뿌리고, 묵주기도를 함께 할 것을 권했다. 장장 4시간을 설득한 끝에 고백성사와 병자성사를 받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이런다. “신부님, 이상해요. 마음 속을 짓누르던 바위 같은 것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요.” 
‘아, 주님… 정말 함께 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놀람과 감사에 눈물이 다 나왔다. 이제, 겨우 이 자매는 홀로서기를 할 준비가 된 듯하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도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사랑의 마음으로 오늘 미사에 오신 교우들께 이 불쌍한 자매를 위해 주모경 한 번씩 바쳐 줄 것을 부탁드린다.

누룩

제1983호
2009년 3월 8일
가톨릭부산
제1982호
2009년 3월 1일
가톨릭부산
제1981호
2009년 2월 22일
가톨릭부산
제1980호
2009년 2월 15일
가톨릭부산
제1979호
2009년 2월 8일
가톨릭부산
제1979호
2009년 2월 8일
가톨릭부산
제1977호
2009년 1월 25일
가톨릭부산
제1976호
2009년 1월 18일
가톨릭부산
제1975호
2009년 1월 11일
가톨릭부산
제1974호
2009년 1월 4일
가톨릭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