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1호 2011년 6월 26일
가톨릭부산
배경이 되어준다는 것

배경이 되어준다는 것 

김양희 레지나

사진 한 장을 바라본다. 넓은 바다와 반쯤은 산이 가로놓인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다. 문학 기행에서 웃고 선 문우들의 미소에서 그날의 서정이 꿈길인양 아득해진다. 소리도 마음도 담기지 않은 추억의 순간은 시간 속에 머물러 있지만 출렁이는 바다가 없다면 그냥 한 장의 인물 사진일 뿐이다. 사진이 돋보이는 것은 멋진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을 지나치다 문득 한 장의 사진이 생각날 때는 좋은 풍경을 만났을 때다. 형태가 없는 바람이나 공기보다도 아름다운 풍치는 기억 속에서 남아 생의 한 부분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사진의 본질은 기록이나 보전의 의미도 있지만, 한 장의 사진을 살리는 것은 작가의 감각과 이미지에다 어떤 배경을 택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깊은 산속을 걷고 있을 때였다. 구름은 아득히 떠가고 사방 산은 텅 비어 있었다. 문득 돌아서서 줄지어 선 편백나무들을 바라보니 나 또한 산중의 그림이 되고 있었다. 사람을 배경으로 한 나무 사진이었다. 자연은 인간에게, 인간은 자연에게 공존하는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이나 나무보다도, 지구를 받치고 있는 땅의 저력에 대해선 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번호표를 쥐고 순서를 기다리던 병원 대기실에서였다. 무료하던 시선이 땅바닥에서 머물렀다. 거기 무수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각의 타일바닥은 묵묵히 엎드린 채 노소와 미추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숱한 애환을 수용하는 받침돌이 돼주었다. 순간 땅의 의미 이전에 발 딛고 선 바닥이란 배경에 대한 경외심이 떠올랐다. 

나는 누군가에게 땅처럼 든든한 배경이 돼준 적이 있었던가. 꽃이나 향기이고자 번번이 중심에만 서 있지는 않았는지 병원 복도의 타일바닥이 내게 묻고 있었다. 

돌아보면 모두가 내 삶의 보호막과 울타리가 돼준 이들이었다. 부모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음이요, 한 인격체의 완성을 위해선 스승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신앙 안에서 영적인 도움을 얻는 사제의 역할과, 넘어지려 할 때마다 손잡고 일으켜준 이웃들은 또 얼마나 든든한 힘이었던가.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있다.’(요한 14, 17)는 말씀처럼 주님께서는 세상 끝날까지 부족한 우리의 신실한 보호막이요, 배경이 되어주실 것이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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