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3호 2010년 10월 24일
가톨릭부산
내가 먼저 미소를

내가 먼저 미소를

하창식 (프란치스코) /수필가 / csha@pnu.edu

6년 전, 미국 체재 때 겪었던 체험담 한 토막. 어느 한국 식당에서다.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우리들의 부산사투리에 반가웠나 보다. 이국땅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반갑다고 했다. 식사 전 성호를 긋는 모습을 지켜보았나 보다. 청하지도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민 오기 2년 전, 온 가족이 영세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이곳 한인성당에 이민생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뜻밖에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차가운 회신이었단다. 실망하던 차에, 개신교회와 연락이 닿았나 보다. 연락과 동시에, “일단 오시면 모든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라는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공항 마중에서부터 이 식당을 개업할 때까지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고, 그 인정에 고마워 지금은 개신교회를 나가고 있다고 했다. 먹고 있던 김치찌개 국물보다 내 얼굴이 더 빨갛게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일반적인 우리 성교회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당시 그곳 한인성당 신자에게 어떤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교회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교회를 떠난 그분의 이야기에 가슴 아팠던 기억이 새롭다. 그들이 성교회의 품으로 되돌아오도록, 요즈음도 가끔씩 기억날 때마다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도로부터 이어 온,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이다. 찾으면 찾을수록 교회 안에 깃든 거룩한 보물들에 점차 더 많이 눈뜨게 되는 게 우리 신앙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성당을 처음 찾는 분들이나 새 신자 경우, 그 보물들에 맛 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도로 폭이 병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곳에선 교통체증이 유발된다. 이런 걸 두고 병목현상이라고 한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병목만 지나면 하느님 은총의 보물창고가 태평양처럼 넓고 깊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들이 신앙의 맛을 들이는데 방해가 되는 우리 교회 내의 병목현상은 과연 없는 것일까? 아는 신자들끼리 주고받는 정은 너무나 크고 따뜻하건만, 예비자들이나 새 신자들이 다가가기엔 어딘가 모르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왜일까? 그 알 수 없는 벽이 바로 우리 교회의 병목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부터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미소로 안아주어야겠다. 그분들이 하루빨리 병목을 빠져 나와 그지없는 하느님 사랑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야 내 구역, 내 본당에 더욱 뜨거운 은총의 강물이 흘러넘치지 않겠는가?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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