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1호 2010년 1월 10일
가톨릭부산
내가 만난 예수님

“모시모시!” "네, 성당입니다." “거기 가면 재워주고 밥도 먹여준다면서요?” "…"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우노 역이란다. 성당에서 5분 거리다. 데리러 갈 테니깐 파란색 차가 보이거든 손을 흔들라고 했다. 도착하니 키 150정도에 40대 초반의 남자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서 있다. "전화하신 분이죠?" “네” 차를 타고 오면서도 언제 씻었는지 냄새가 많이 났다. 도착하자마자 씻으라고 샤워실을 내줬다. 밥은? 물론 안 먹었다. 성당 앞 라면집으로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배가 불렀는지 TV가 보고 싶단다. 사무실 TV를 켜주고, 맥주 한 잔 어떠냐고 물었더니 술은 작년에 끊었단다. 피곤하다길래 유아실 다다미방에 이부자리를 펴 주었다. 

다음 날, 아침을 해 먹이고 행선지를 물었다. 일자리 구하러 히로시마로 간단다. 아는 사람 있냐고 물었더니 오랜 친구가 있긴 한데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고 한다. 혹시 곤란할 때 찾아가 보라고 약간의 경비와 함께 주교좌 성당 주소를 가르쳐 줬다.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을 했는데, 키가 워낙 작아서 그런지 좌석에 앉자마자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이 남자와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이후, 이 남자는 같은 모습으로 여러 번 성당을 찾아왔다. 하긴 온 세상이 불경기인데 누구인들 일자리 찾기가 싶겠는가! 집 나와서 괜한 고생하느니 가족들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더니, 동생 가족이 있긴 한데, 사이가 그렇고 그래서 돌아가기가 뭐하단다. 지금 먹고사는 게 문제지, 그게 지금 문제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이참에 동생 분하고도 화해하라고 말했다. 좀처럼 어려워 하길래 동생 집 전화번호를 물었다.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기 성당인데, 형님 돌아가시니깐 늦더라도 문 잠그지 마시고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도착하면 따뜻하게 잘 맞이해 주세요.’ “네.” 다행이었다. 생활이 안정되면 가까운 성당에 찾아가 보라는 말과 함께 배표를 손에 쥐어 주었다. 

사실 늦은 밤 “신부님~”하고 불쑥 찾아오는 이 남자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생각해보면, 이 남자에게 친절을 베푼 것도 가톨릭 교회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한 것이지 결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년 성탄 구유를 꾸미면서 예수님은 이런 모습으로 찾아오신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이제는 그 남자, 아니 그 분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올 한 해 예수님은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오실까? 함께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으면 한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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