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7호 2009년 4월 5일
가톨릭부산
마음에 드는 한 가지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꼭 갖게 해준다면 뭘 선택해야 할까. 모든 이에게는 각자 가장 절박한 것들이 따로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배고파 끼니를 찾는 아이를 보고 있는 부모라면 일용할 양식이 절박할 것이다. 긴 겨울 칼바람을 신문지 몇 장으로 이겨가야 하는 노숙인에게는 따뜻한 집이 필요할 것이고, 불치병에 걸린 이는 생명을, 장애를 지닌 이는 성한 육체를... 그러나 이런 정도의 절박함에 노출되지 않은 이들의 마음에 드는 한 가지는 내가 가진 것에서 좀 더 많은 것일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 돈은 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배부르게 먹고, 좋은 옷 입고 두툼히 지갑을 채우면 행복해 진다. 그리고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으로 채워 갈 때 기쁨은 점차 더 커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삶에서 뜻하지 않은 불행들은 이런 행복과 기쁨을 지속시켜 주지 않는다. 그 때 마음에 든 한 가지를 다시 선택하라면 더 많이 가지기보단 반드시 가져야 하는, 없어서는 안 될 그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그 하나가 사랑이었음 한다. 절박한 내 삶조차도 사랑할 수 있다면, 상처의 깊은 골마저도 사랑 할 수 있다면, 떠올리면 노여운 그 사건과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래서 마침내 매일의 삶을 사랑하고, 매일의 끝에 오는 죽음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실히 사랑했기에 만족하고 그래서 훌훌 벗어버리고 미련 없이 쉽게 떠날 수 있는 마음이었음 좋겠다. 

같이 웃고 우는 사람들이 있고, 햇살과 바람과 소리가 있고, 기도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그 곳에서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도 있어 행복하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서도 생의 마지막을 환하게 웃으며 갔던 일본인 의사 가즈키오의 일기책 종이학의 글이다.

“왜 모두 기뻐하지 않을까 / 당연하다는 사실들 /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다 / 손이 둘이고 다리가 둘 / 가고 싶은 곳을 자기 발로 가고 / 손을 뻗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 소리가 들린다 / 목소리가 나온다 /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 그러나 아무도 당연한 사실들을 기뻐하지 않아 / '당연한 걸' 하며 웃어 버린다 / 세 끼를 먹는다 / 밤이 되면 편히 잠들 수 있고 그래서 아침이 오고 / 바람을 실컷 들이 마실 수 있고 / 웃다가 울다가 고함치다가 뛰어다니다가 / 그렇게 할 수 있는 모두가 당연한 일 / 그렇게 멋진 걸 아무도 기뻐할 줄 모른다 / 고마움을 아는 이는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뿐...”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이 모든 것을 다 사랑하는 맘을 가지고 싶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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