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0호 2026년 10월 11일
가톨릭부산
“당신 얼굴에서 저의 얼굴을 봅니다.”


조현우 블라시오 신부

군종교구 용성대(제20전투비행단)성당 주임


   얼굴의 옛말은 ‘얼골’이고 얼골은 ‘얼꼴’에서 왔다고 합니다. “얼의 꼴” 곧 영혼의 모습이지요. 한 사람의 영혼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가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입니다. 사제이면서 동시에 군인인 제 ‘얼의 꼴’은 군 선교를 하며 만나는 병사들과 간부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자동차 주행 거리가 7만 킬로미터를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사제인지, 군인인지, 운전기사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제가 들고 가는 간식 때문인지, 저라는 존재 자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쁘게 마중 나와 맞이해 주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제 ‘얼의 꼴’에서 희미하게나마 주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워 냅니다.


   1년 전 군 입대를 위한 면접 자리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왜 군종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저는 헌법 제5조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라는 표현을 풀어서 답변했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신성함’ 이것은 사실 법률적 용어라기보다는 종교적 용어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정작 군에 몸담은 사람 중 자신이 하는 일, 곧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힘쓰는 일이 거룩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몇이나 될 것 같습니까? 저는 그 본래의 의미를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신성함, 사랑, 우정, 신의, 명예, 인내, 굳셈, 이런 추상 명사에 대한 오늘날 젊은 친구들의 무뎌진 감각을 회복시키고 군 복무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접촉은 줄어들고 휴대폰과 컴퓨터의 화면 속으로 접속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오늘날입니다. 군종 사제단은 전후방 모든 국군 장병들과 온몸으로 접촉하며, 군 복무의 시간을 삶의 충만함을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반합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며, 저희는 오늘도 그들의 얼굴에서 다시금 저희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무의 세계를 뚫고 나와 태양을 향해 열리는 꽃봉오리처럼, 의미는 깊은 심연에서 태어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화면 속의 세상에 익숙해진 청년들이 군 생활이라는 거친 광야 안에서 신성함과 사랑의 의미를 회복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거룩한 ‘얼의 꼴’을 찾아가는 것. 그 끝에서 주님 얼굴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군종신부들에게 맡기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거룩한 꼴을 찾아가는 길 위의 모든 장병과 청년들 그리고 군종 사제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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