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9호 2026년 10월 4일
가톨릭부산
“사랑해, 당신을”


이수현 스텔라

명지파티마성모성당 · 2013 리우데자네이루WYD 참가자


   꼬박 29시간이 걸려 도착한 브라질의 한 도시, 캄피나스. 이 낯선 도시에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니. 리우 WYD 교구대회의 첫날 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이상하리만큼 걱정도 불안함도 없었다. 우리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준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는데, 무엇이 두려웠을까. 


   캄피나스 파티마성당에 도착하니 신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언어로 부르는 환영 노래와 브라질식 식사, 벽에 가득 붙은 태극기와 브라질 국기. 오직 우리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브라질 가족, 죠셉과 헬레나, 아델리니를 만났다. 처음 보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던 얼굴은 지금도 생생하다. 캄피나스에 머무는 동안 죠셉은 일정이 끝날 때마다 우리를 데리러 왔다. 죠셉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캄피나스는 우리 동네가 되었다. 작은 마트도, 길가의 커피나무도 일상의 풍경처럼 보였다. 함께 아침을 먹고 짧은 단어로 나눈 대화도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눈빛과 미소가 마음에 깊이 담겼다. 손을 잡고 각자의 언어로 바친 주님의 기도는 정말 예수님을 내 옆자리에 모시게 했다. 지구 반대편의 낯선 사람들이 내 오랜 친구이자 이웃이 되어가는, 꿈에도 생각 못한 특별하고도 눈물 나는 시간이었다.


   본대회가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나는 날, 마지막 미사에서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처음 만난 날 우리가 답가로 불러준 노래였다.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어 또박또박 부른 그 노래는 ‘사랑해, 당신을’이었다. 노래를 듣고 우리 모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아쉬움에, 단 하나의 믿음으로 이어진 기적의 나흘이 너무나도 감사해서였다. 그들이 내어준 정성과 사랑은 내 신앙의 아름다운 에피소드이자 힘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는 사랑을 그곳에서 경험했으니, 언젠가 나도 우리나라에서 우리 집에서 이 사랑을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정말 기적처럼, 그 시간이 우리에게 왔다. 


   누군가를 내 집에 들이는 일은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가 그들을 잘 맞이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생전 처음 보는 내게 방 한 칸을 내어주었던 아델리니 가족을 떠올렸다. 그들도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겼기에 나를 가족으로 맞아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첫째 서간 말씀에 힘입어 내가 나누게 될 사랑도 하느님께 부탁드려본다. ‘사랑해, 당신을’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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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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