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2호 2026년 8월 23일
가톨릭부산
추억의 보물상자


강은희 헬레나

부산가톨릭신학원 교수


   어느 여름날 아침의 출근길이었다. 그날도 진입로 입구에서 여유 공간이 충분한지 확인하며 좌측 깜빡이를 켜고 차선으로 들어가려는데, 저 멀리 떨어져 오던 탑차 한 대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달려왔다. 그래서 그 차를 먼저 보내주고 그 뒤로 들어갔다. ‘배송 시간에 쫓기나 보다.’ 이해는 하면서도, ‘그래도 충분한 공간이 있었는데 내가 깜빡이를 켜는 순간 그렇게 돌진할 이유는 뭐람?’ 싶었다. “아유, 얄미워.”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앞서가는 그 탑차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느닷없이 두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탑차의 뒷면에는 커다란 눈동자 두 개가 그려져 있었는데, 마치 나를 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 순간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의 상호가 떠올랐다.


   아이스크림 한 입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그렇게 단순하게 행복할 수 있었던 그런 시절들이 있지 않은가. 어느새 내 마음속에는 앞 차를 향한 불쾌감은 싹 가셔버린 채, 나는 그 아이스크림에 얽힌 시간들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무더운 여름날, 성당의 바자회 행사 봉사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선 나에게 할머니 수녀님께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있으니 먹으라고 하셨다. 두개 더 있으니 한 통 다 먹으라고 하셨다. 기쁜 마음에 냉동실을 열어보니 아이스크림 한 통이 있었다. “수녀님, 아이스크림이 하나밖에 없는데요? 제가 다 먹으면 안될 것 같아요.” “아니, 거기 두개 더 있잖아. 그거 다 먹으라고~” 


   알고 보니 수녀님께서 ‘투게더’를 ‘두개 더’로 말장난 치신 것이었다. 수녀님과 나는 박장대소를 하며 아이스크림보다 더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버렸다. 나의 머릿속은 추억에 추억이 꼬리를 물며 그렇게 그날의 출근 시간이 채워졌다. 앞차를 노려보던 나의 눈은 어느새 반달 모양으로 웃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며 들어온 봉사자에게 아이스크림보다 더 시원한 웃음을 마련해 주려 하셨던 그 후한 마음씨의 수녀님이 만들어준 추억. 그 순간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삶의 추억상자 한 모퉁이에 남아서 나에게 웃음을 가져다준다.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여정도 그렇지 않을까. 신앙생활이 어찌 항상 평화롭고 거룩하기만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했던 시절, 열심했던 시절, 주님을 알아가던 그 추억의 시간들을 꺼내어 보노라면, 때로는 삶이 무미함과 야박함으로 다가오더라도 우리는 그 순간을 빙그레 웃으며 흘려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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